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걸리겠어?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걸리겠어?
  • 전현숙 청주시 남이면 행정복지센터 팀장
  • 승인 2020.01.06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전현숙 청주시 남이면 행정복지센터 팀장
전현숙 청주시 남이면 행정복지센터 팀장

 

이제 공직생활을 한 지도 15년을 넘겼다. 처음 건축신고 업무를 맡았던 2004년, 면에서 건축신고로 할 수 있는 규모가 연 면적을 기준으로 도시지역은 100㎡ 이하, 그 외 지역은 200㎡ 미만(2006. 5. 9. 이전은 건축물생성신청대상)이다보니 건축 감리가 수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일명 농가주택이라는 단독주택 신고를 많이 처리했다. 그 당시에 신고 및 사용승인 처리를 해주면서 현관이 없는 집, 다용도실은 바닥만 있는 집, 보일러가 처마 밖에 우두커니 있는 집 등 이상한 건물들이 있었다.

공무원이 현장 확인을 할 때 현재 없는 것을 앞으로 생길 것이라 예상해 사용승인 처리를 안 해줄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건축주들의 집인 것이다. 사용승인 후 출장을 다니다 보면 사용승인 때 없던 현관도, 보일러실도, 다용도실도 마구 늘어나 있었다. 그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5년이 지나고 개발팀장으로 면 행정복지센터로 오게 되면서 건축신고업무를 다시금 보게 됐는데 상황이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안전이 중시되면서 단독주택 역시 법이 강화돼 건축사가 설계해야 하고, 지진에 대비해 내진설계를 해야 하며, 신고 및 사용승인 시 현장 확인을 건축사가 하게 되면서 공무원이 직접 현장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여전히 불법을 행하는 건축주들이 많은 것을 볼 때 정말 개선될 수 없는 것인지 하는 답답함을 느낀다.

평생에 한 번 집을 짓는 것일 텐데 감리비 몇백만 원을 아끼려다 위반 건축물임을 알면서도 그냥 추후에 달아내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혹시라도 위반 건축물로 걸리게 되면 “왜 우리만 걸리느냐? 옆집도 다 그렇다”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오는 건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늘어나면서 위반 건축물로 신고되는 건수 자체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 점점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내가 왜 걸려?'

그런 생각을 갖고 편법으로 불법으로 단독주택을 계획하고 있는 시민이 있다면 정말, 정말 한마디 하고 싶다.

“세금 얼마 안 나와요. 집 지으실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시고 한 번에 완성하세요. 그게 몸도 마음도 정말 편해요. 그렇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마음 한구석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잖아요. 남보다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우리 나중에 후회하지 말아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