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력 뛰어나고 영민 … 풍요·다산·재물의 상징
예지력 뛰어나고 영민 … 풍요·다산·재물의 상징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1.01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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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설화 속 소 잔등에 붙어 가는 꾀 내어 첫번째 차지
삼국사기, 자연재해 등 위험 감지 본능 기록 등 영물 인식
선조들 서생원 의인화 친근함 표현 … 속담 속 약자 대변도
(왼쪽 위) 곱돌로 만든 쥐, (아래)열매를 갉아 먹고 있는 쥐 그림, (오른쪽) 십이지신도 중 자신.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왼쪽 위) 곱돌로 만든 쥐, (아래)열매를 갉아 먹고 있는 쥐 그림, (오른쪽) 십이지신도 중 자신.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0년 경자년 쥐띠해가 밝았다. 풍요와 다산, 재물을 상징하는 쥐는 12지신 중 첫 번째 나오는 동물로 예지력이 뛰어나고 영리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문화에서 쥐는 새로운 시작을 하거나 새로 집을 지을 때,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반드시 쥐의 달인 자월과 자일을 택했다고 한다.

올해는 쥐띠 중에서도 육십간지의 서른일곱 번째 해인 경자년 흰 쥐띠해다. 새해를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기도 전에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벽두부터 후끈하다. 국정운영의 향배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경자년을 맞아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 쥐에 대해 알아본다.




#12간지에 맨 앞에 서게 된 쥐

십이지(十二支)에서 쥐(子)는 열두 띠 동물의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열두 동물 중 가장 힘없는 쥐가 으뜸인 자리에 서게 된 데는 전해지는 설화가 있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면서 선발기준을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주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많은 동물이 일찍 도착하기 위해 훈련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부지런한 소가 제일 열심히 훈련을 했다. 쥐는 미약한 자신이 천상의 문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알고 꾀를 냈다. 바로 제일 부지런한 소의 잔등에 붙어 가는 것이었다. 정월 초하룻날 소가 가장 빨리 천상의 문에 도착하는 순간, 등에 올라타고 있던 쥐가 뛰어내려 12간지의 첫 주인공이 되었다.

#예지력이 뛰어난 영물

쥐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어 예지력이 뛰어나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권제9 혜공왕 5년에 보면 “치악현에서 8000여마리나 되는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었고 그 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화산이 폭발한다. 이중 쥐가 제일 먼저 이를 탐지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뒤늦게 재앙을 맞는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쥐의 본능적 감각 때문에 영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지진이나 화산, 산불이 나기 전에 미리 알고 떼를 지어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불길함을 감지할 수 있었고, 배를 타는 선원들이나 해안지방에서는 쥐가 사고를 예고하는 고마운 동물로 인식되었다.



#생활 속 풍속에 깃든 쥐

쥐를 의인화해 서생원이라 부른다. 그만큼 우리 선조의 생활 속에 쥐는 친근한 이미지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쥐와 관련된 풍속을 보면 풍요를 기원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정월에 들어 첫째 자일(子日)을 `쥐날'이라고 한다. 이날 농부들은 쥐를 없애려고 들에 나가서 논과 밭두렁을 태우는 쥐불을 놓았다. 정월 보름날에는 달맞이 풍속으로 대규모 쥐불놀이로 한해 풍농을 기원하기도 했다.

속담 속 쥐의 모습은 다양하다. `고양이 앞에 쥐',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쥐도 막다른 길에 부닥치면 돌아서서 고양이를 문다', `쥐도 새도 모르게', `쥐구멍에 홍살문 세우겠다', `쥐구멍으로 소 몰려 한다.', `쥐꼬리는 송곳 집으로나 쓰지', `쥐뿔도 모른다', `쥐뿔이나 있어야지',`나라에는 도둑이 있고, 집안에는 쥐가 있다'등 강자보다는 주로 약자로 대변되는 표현들이 많다.



#역사 속 경자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올해는 21대 총선이 치러진다.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선출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역사의 물결을 보면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서기 400년 경자년에는 고구려 광개토왕이 신라에 5만 대군을 지원해 왜군을 물리쳤고, 서기 520년 경자년에는 신라가 나라의 율법인 율령을 반포했다. 서기 1420년 경자년에는 조선 세종이 집현전을 설치해 학문을 장려했고, 서기 1720년 경자년에는 조선 20대 왕 경종이 즉위했다. 지난 과거 속 경자년이 국가의 기틀을 다지고, 내실을 기했다. 생태학적으로 번식력이 왕성해 다산을 상징하고, 예지력이 뛰어나 영물로 인식되는 쥐처럼 대한민국호도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해법을 찾아가며 지혜롭게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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