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스트레스 받지 말자
경자년(庚子年) 스트레스 받지 말자
  •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 승인 2020.01.0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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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새해가 왔다. 새해는 경자(庚子)년 쥐띠 해이다. 천간(天干)의 경(庚)은 오행 중 금(金)이며 금은 흰색을 나타낸다. 지지(地支)의 자(子)는 물(水)로서 쥐를 나타낸다. 흙 속에 묻혀 있는 금을 물로 씻어 끄집어내니 숨어 있는 가치를 현실화해내는 해이다. 경자년은 흰 쥐로 표현되는데, 흰 쥐는 대표, 우두머리를 의미한다. 쥐가 다산을 상징하기에 왕성한 생산을 기대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경자년(庚子年)은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다. 기묘(己卯)를 생각하면 사화(士禍)가 떠오르고 경술(庚戌)하면 국치일이 떠오르며, 임진(壬辰)하면 왜란, 병자(丙子)하면 호란이 떠오른다. 경자년이 낯설다는 건 경자년에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고려조부터 조선조까지 경자년에는 특별히 경사 할 만한 일이나 불행한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무해무덕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0년(경자년)에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기념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맞서 전 국민이 분연히 일어나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킨 4. 19 혁명이 일어난 해가 경자년이었다. 60년 전의 경자년은 다음해의 5·16쿠데타에 의해 좌절되긴 했지만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정부가 처음으로 수립된 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는다. 좌절된 혁명의 해라고나 할까?

작년에는 정치적으로 시끄러운 일이 많았다. 조국 사태로 인한 국론 분열, 검찰의 권한 지키기와 검찰 힘 빼기 투쟁, 선거법 개정, 공수처법 국회 통과, 이로 인한 거대야당의 총사퇴 결의, 앞으로도 검경 수사권조정과 같은 민감한 사안들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서 연초부터 시끄러울 것 같다.

올해는 우리도 정치권이나 위정자들에게 뭔가 기대를 가지면 안 될까?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항상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총선이 있다. 매일 뽑아봐야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같아서 투표할 마음도 별로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투표를 하지 않아도 국회의원들은 뽑힌다. 우리 국민의 딜레마가 이것이다. 별로 투표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처지.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 여기에 투표하면 우리나라가 달라질 수 있어. 이런 마음으로 투표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우리 정치의 비극이다. 그럼에도 새해에는 다음과 같은 기대를 하고 싶다. 투표가 끝나서 선거결과가 발표되자 전 국민이 환호하면서 새로운 국회의 출발을 쌍수를 들어 환영. 국민들, 드디어 스트레스 주지 않는 국회 구성에 성공하다. 국회, 국민에게 스트레스 주는 국회의원 자진퇴진 결의. 젊은 청년들, 우리나라를 아이 낳아서 키우고 싶은 가장 좋은 나라로 선정. 기업, 경제활동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음. 학생들,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예요.

올해 위와 같은 꿈을 실현하여 60년 전 미완으로 끝난 민주화 혁명을 완결시켰으면 좋겠다. 어려울 거라고? 그럼 차라리 역대 경자년처럼 큰 사고 없이 무해무덕한 한 해가 되기라도 바라자. 일반 시민이 소박한 꿈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훨씬 현실적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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