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행복하셨습니까?
2019년 행복하셨습니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12.30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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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한해의 끝자락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경계선에 서 있다. 한 일 없이 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에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오늘과 내일의 종이 한 장 차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나의 매듭을 짓고자 함은 새로운 각오로 시작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굵직굵직한 국가 사안에 밀려 개개인의 삶이 조명받지 못한 한해였다. 한여름 가마솥처럼 뜨거웠던 정치계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경제와 사회의 복잡다단한 일상과 겹쳐 우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수선한 시국이 집어삼킨 소소한 개개인의 일상이 도둑맞은 기분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2019년 하루를 남겨두고 문득 `행복'에 대해 묻고 싶어진다. 행복의 잣대야말로 그 기준이 제각각이겠지만 `행복하셨습니까?'라는 말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권하고 싶다. 모두의 행복이 아니라 나의 행복에 대해 스스로 묻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그런 시간을 허락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셈이다.

행복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일상이 된 불안에 대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직장이 불안하고, 안전이 불안하고,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자존감이 상실되는 시대와 맞닥뜨려 있다. 존재 자체가 불안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돈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사람을 지배하면서 불안은 스스로를 옥죄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행복보다 불안이 먼저 찾아오는 사회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공동체 문화가 힘을 잃고 빗장 문화가 더 단단히 문을 걸어잠그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흉악한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불안이 기저에 깔렸기 때문이다.

세밑에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충북도민의 주관적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충북도민의 행복지수는 2012년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한다. 지수의 객관성을 차치하더라도 행복하다는 응답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조사 중에는 행복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도민들은 월 개인소득과 가구소득이 중요한 지표로 꼽았다.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도에서 기본적인 요소가 경제적 안정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한 만족률 하락과 미래안정성, 자연환경, 지역의 안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려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 개인과 국가가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잘 굴러갈 때 `행복하셨습니까?'에 대한 질문의 답도 좀 더 명징해질 것이다. 지자체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지표를 간과하지 말고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일을 뒤돌아보는 것은 미련한 짓일지 모른다. 특히 기해년은 많은 국민이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간으로 기억될 소지가 크다. 꼬여만 갔던 정치가 그랬고, 풀리지 않는 가정경제가 그랬다. 그럼에도, 돌아서서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모색하고 하는 것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기 위해서다.

정리정돈이란 말이 있다. 정리(整理)는 있어야 할 곳에 있도록 두는 일이고, 정돈(整頓)은 불필요한 것을 빼내 버리는 일이다. 정리정돈의 마음으로 송구영신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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