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정, 방향을 바꾸자
충북도정, 방향을 바꾸자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9.12.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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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다. 헌장 2장인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에서 첫 번째 항목이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국민 권리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인 권리로 천명한 것이다.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행동을 목적 지향성으로 보고 목적론적 세계관을 주장하였다. 그는 인간 행동의 궁극적 목적이자 최고선을 행복이라고 하였다. 행복을 그 자체로서 삶의 목적이자 충족적 최고선이라 한 것이다. 대표적 계몽주의자 학자인 제러미밴덤은 “가장 좋은 사회란 시민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사회”라고 하였다. 또한 “가장 좋은 국가정책이란 국민에게 최고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주장하였다. 행복정책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부탄'이다. 부탄은 행복지수가 국가발전을 측정하는 공식 척도로 사용된다. 이들은 GNP(국민 총생산) 대신 `국민총행복 GNH:Gross Natio nal Happiness'지표를 이용한다. 부탄 정부는 급속한 경제성장보다 `국민 행복'이 국정운영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신념 아래 4대 행복정책을 설정했다. `환경보호, 문화보존 및 진흥, 균형 있는 사회경제적 발전, 굿 거버넌스'가 그것이다. 부탄은 2008년 부탄 역사상 처음으로 첫 총선 이후 `국민 행복위원회 Commission for Gro ss National Happiness'를 설치했다. 행복위원회는 부탄의 모든 국가정책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각 부처가 입안한 정책의 채택 여부는 국민 행복 증진에 대한 기여도다. 국민 설문 조사를 통해 마련한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이 된다. 국민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은 재검토되거나 전면 중단된다. 이는 정치적 결정이 경제적 기대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 공공보건, 지역문화보존 등에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도의 비전은 `함께하는 도민, 일등경제 충북'이다. 함께하는 도민의 힘을 모아 일등경제 충북을 만들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등경제는 도대체 어떤 개념인가? 전국에서 가장 앞선 경제 발전을 이루는 도가 되는 것인가? 4% 경제를 달성하면 일등경제가 되는가? 일등경제 자체가 비전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필자가 우매해서 그런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일등경제는 경제 분야의 단위 목표로 제시될 수는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정 전체의 비전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일등경제는 수단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수단과 목적이 바뀐 것이다.

경제, 물론 중요하다. 일자리,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수단이다. 충청북도는 일등경제 달성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 무엇이 비전이다. 모든 것에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식이 도정과 문화예술을 왜곡시킨다. 문화와 예술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아니다. 돈을 소비하고 물질을 사용하여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행복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화와 예술은 얼마나 많은 경제 가치를 창출했느냐고 질문해서는 안 된다. 대신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떻게 새로운지, 삶에 어떤 기쁨을 주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우리 도의 문화예술을 총괄하는 부서 이름이 `문화예술산업과'다. 적합하지 않다. 경제적 가치로만 문화를 바라보고 재단한 편협함의 결과다. 부서명 다르게 바꿔야 한다.

충북도정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경제를 넘어 도민 행복과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2020년 강호축과 일등경제라는 요란한 산업 시대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을 포용하고 행복을 품어주는 시(詩)처럼 아름답고 조용한 비전이 필요하다. 행복과 삶의 질 중심으로 도정이 혁신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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