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
삶의 균형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19.12.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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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 저녁 8시만 되면 불빛이 거의 없는 시골 관사에서 잔뜩 웅크리고 앉아 세상을 잊고 작은 학교만 응시하고 있다. 혼돈과 격동의 시대이지만 마음의 평정을 지키고자 세상일에 무관심하게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엔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 하는 질문과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나 vs 세상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 속으로 돌진할 것인가, 맘의 평안과 만족을 위해 나를 세상에 맞출 것인가? 사람의 행동은 이 두 가지 욕구 사이의 충돌과 균형의 산물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서 인생은 시작된다.

유아는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 마구잡이 응석과 울음,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어른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그러나 자기의 응석과 귀여움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세상에 진입하면서부터 아이들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성인이 되어 간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에만 집중한 것 같다. 세상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뭔가를 시도하고 투쟁하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지만, 내면을 관리하는 자기성찰과 마음공부는 등한시하였다. 그래서인가 나이가 드니 젊었을 때의 기민함, 혁신, 문제의식, 도발성, 파격, 예리한 문장 등에서 쇠락이 옴을 느낀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이 정신적 쇠락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 정신적 쇠락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용감했던 시절을 넘어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는 어디에 있을까.



#취약함과 용기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은 그의 책 `리더의 용기(Dare to Lead)'에서 취약성(vulnerability)을 인정하지 않고는 용기를 끌어낼 수 없다고 하였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온 마음을 통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 자신의 불완전함, 취약함을 진솔하게 말할 수 있을 때 삶의 용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브레네는 자신을 취약하게 만든 것이 자신을 진정 아름답게 만든다고 역설한다.

용기(courage)와 용감(brav ery)은 비슷하게 사용하지만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courage'는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로 대개 사랑, 열정, 동정 등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발현되는 것으로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어진다. 이에 반해 `bravery'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타고난 용감함, 위험을 모르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이다.

`courage'의 어원은 라틴어 `cor'에서 왔는데 이는 `심장(he art)'을 의미한다. 용기는 오랜 고심 끝에 두려운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신할 수 없지만 위험을 인식하고도 그것에 맞서는 것이다.



#균형있는 삶

세상을 바꾸는 일의 치열함과 나 자신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둘 사이의 경계를 잘 찾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 uhr)가 쓴 기도문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는 균형 있는 삶을 한 문장으로 보여 준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God,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 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 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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