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대본(經者大本) `인본주의'되길
경자대본(經者大本) `인본주의'되길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12.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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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이시종 충북지사가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화두로 `경자대본(經者大本)'을 발표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철학과 정신을 경제 수단이 다양화된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한 것으로 경제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이다. 내년도 충북도정 운영방향을 경제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도는 경자대본을 농업·공업·상업이 포함된 농자대본, 공자대본, 상자대본을 두루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의지 또는 목표 설정은 그 조직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경제 관련 부서는 물론 지원 부서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때를 같이해 도는 정무부지사의 명칭을 경제부지사로 바꾸고 기획재정부 성일홍 혁신성장추진기획단장을 영입한다.

도 본청에는 신성장산업국이 신설된다. 미래산업 선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통상국을 `경제'와 `산업'분야로 분리 신설했다. 신성장산업국은 산업육성과, 신성장동력과, 에너지과 등 3개 과(課)로 이뤄진다. 경제통상국은 지역경제 동향 분석, 물가 안정, 전통시장 활성화,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 산업입지 계획·개발·지원, 일자리 창출, 국제 교류·협력, 국내외 시장 개척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충북도라는 조직을 경자대본이라는 나침반을 따라 굴러갈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다.

이시종 도지사가 취임한 지난 2010년 이후 9년간 도의 경제정책을 되돌아보면 경자대본의 근간도 결국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이 기간동안 끊임없이 투자유치에 힘을 썼고 성과도 냈다. 도는 민선 5기(2010~2014년)에 20조5424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민선 6기(2014~2018년)는 애초 목표였던 3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43조3104억원을 기록했다.

민선 7기 목표인 40조원까지 합하면 2022년까지 12년간 모두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유치에 성공하게 된다. 도의 내년도 당초예산이 5조107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활발한 투자유치가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도의 경자대본을 보면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여러분 부자 되세요'가 떠오른다. 한 카드사의 광고문구였던 `부자 되세요'는 IMF사태 이후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돈'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떠올랐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국민들에게 광풍이 돼 뇌리에 박혔다.

경자대본의 길로 가면 과연 도의 바람대로 투자유치는 사람과 돈을 충북으로 모이게 하고, 그렇게 모인 자원들이 시너지효과를 내 사회 각 분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도의 투자유치가 신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그만큼 도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생활형편이 더 좋아졌는지도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도민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물질적인 것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정서적인 요인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반드시 크게 행복하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세태도 춘궁기가 옛날 사람들의 용어가 됐듯이 저 멀리 사라졌다.

이 대목에서 도의 경자대본이 물질만능주의와 맞닿아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허물어지면 무한경쟁만 남는다. 경자대본의 끝자락이 물질만능주의가 아닌 인본주의에 닿는 결과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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