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힘들다고! 왜 몰라주는 거야?
나 지금 힘들다고! 왜 몰라주는 거야?
  •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특수교육원 과장>
  • 승인 2019.12.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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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특수교육원 과장>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교육을 받고 그 신념에 따라 살아온 세월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것,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식물 키우기'이다. 애완동물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이 가능한데, 이상하게도 식물은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고, 그 탓에 수많은 식물이 말라비틀어져서, 때로는 고온다습으로 썩어서 내 곁을 떠나갔다. 지금도 여전히 식물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어 어쩌다 내게 양육권(?)이 생길 때에는 `얘도 죽으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미리 주변인들에게 나누어주기 바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식물을 키워야 할 상황이 되면 때때로 식물에 속삭였다. “물이 먹고 싶은 거야?” “햇빛이 필요하다고?” “말을 해!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이런 내 행동을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하면, 박장대소를 하면서 말한다. 끊임없이 식물은 말을 하고 있는데 왜 못 알아듣느냐고. 에휴, 어떻게 하면 식물이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지?

그런데 얼마 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이 연구한 결과(bioRxiv dB에 게재됨), 스트레스를 받는 토마토 근처에 마이크를 설치했더니 토마토에서 약 10cm 떨어진 곳에 설치한 장비로 토마토의 비명을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비명과 달리 식물의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영역(20~100㏊)으로, 해당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는 몇몇 동물들만 이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다. 따라서 그런 동물들은 식물의 이런 소리없는 비명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할 수도 있다. 이 연구진은 식물이 곤충과 같은 작은 유기체와 이런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식물이 비명 지르는 소리의 강도가 달랐는데, 예를 들어 토마토를 가지치기할 때는 시간당 평균 25개의 비명을 질렀으며, 물이 부족할 때는 잘릴 때보다도 더 큰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성과는 인공지능 덕분에 파악할 수 있다. 실험할 때 나타나는 나뭇잎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 규칙적으로 나오는 진동의 강도와 빈도 등 온실의 소음을 구별할 수 있도록 특별한 알고리듬을 만들고, 이를 초기 조건에서 통제 및 제거한 덕분에 온전히 식물이 지르는 비명만을 잡아낸 것이다.

식물은 다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초음파 비명을 질러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가 없었다. 지금에야 비로소 식물이 초음파 영역에서 소리를 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녹음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나는 상대방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데 상대방이 내 노력을 몰라주고 자신만을 생각한다고. 상대방이 문제라고. 혹시 우리는 상대방이 끊임없이 말을 걸려고 노력하는 같은 주파수 음역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20년 새해를 앞에 두고 다짐해보자. 내 주파수를 상대방의 주파수에 공명시켜 증폭의 효과를 거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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