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으로 살기
한국 사람으로 살기
  •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 승인 2019.12.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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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한국어 방문 수업을 했던 베트남 학생이다. 아기를 돌보느라 힘든 여건에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게 높았던 학생이라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 온 지 3년 남짓 되었는데 이번에 국적을 취득했다며 기뻐서 자랑하고 싶었단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국적 취득 공부를 하느라 매우 힘들었고 어제 구술 면접을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대답을 못한 것 같아 속상해서 잠도 못 잤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침에 문자 메시지로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좋아서 내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단다. 말도 예쁘게 하고 마음은 더 고운 그녀를 떠올리며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베트남은 이중 국적이 허용되는 나라이고 아직 한국에 온 지 오래되지 않은 그녀에게는 국적 취득이 급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도 공부해 봤기에 국적 시험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관련 책을 구입해 아기가 잠든 밤 12시 이후에 2-3시간씩 공부를 한다고 했었다.

구술 면접에서 무슨 질문을 받았느냐고 물으니 전화상으로도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빛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기억을 소환하며 면접관의 질문과 자신이 했던 대답을 이야기한다. 보편적인 한국 생활에 대한 쉬운 질문도 있었지만 난도가 높은 질문도 있었다. 난이도가 높은 질문은 관심 분야가 아니면 한국인도 잘 모를 수 있는 문제였다.

쉽지 않은 고유 명사를 기억 속에 저장하려고 얼마나 많이 책을 보고 또 봤을까. 완벽하게 대답은 못했어도 책 어디에선가 본 기억을 끌어내 비슷하게라도 대답한 그녀가 대견했다.

한국에 온 지 3-4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결혼 이주여성들은 국적 취득을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 온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은 소망일게다.

성장하는 자녀들을 위해서도 엄마의 국적 취득은 필요하니 시험을 보고 국적을 취득하게 되면 한국 이름으로 개명도 하고 외국인등록증이 아닌 주민등록증을 갖게 된다. 취업을 해도 상황에 따라 국적 취득 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듯 국적 취득은 많은 결혼 이주여성들이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생긴다. 국적 취득 후 이혼하는 가정도 늘어난다. 어엿한 한국인으로 살 수 있기에 든든했던 버팀목이던 남편이 바람벽처럼 무너져 버린다. 부부간의 의사소통 부재나 문화차이로 갈등을 겪던 여성들이 홀로서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해체된 가정의 피해자는 아직은 어리기만 한 자녀들이다.

한국 사회에 정착해서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을 볼 때는 마음이 무겁다. 결국은 한국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한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유지하며 한국인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미 국적을 취득했거나 앞으로 국적을 취득하려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 소양과 자질을 충분히 함양하고 한국사회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하여 보다 나은 행복한 가정을 가꿔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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