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문
인생의 문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12.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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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2019년 마지막 달력의 숫자들도 하나 둘 지워지고, 2020년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지도 한 달여 지나갔다.

수능 성적표가 나오고 수시모집의 합격 여부도 결정되니 고3 학생들과 학부모는 심란하기 이를 데 없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겠지만 기왕이면 알이 굵고 좋은 결실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열아홉의 순정들은 학창 시절의 문을 닫고 각자 인생의 문을 찾기 위해 좌충우돌 바쁘다.

자녀가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길 바라는데 수십 년째 되풀이되는 입시전쟁은 대한민국에서 왜 없어지지 못할까?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학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이 당연한 코스처럼 인식됐다. 대학 수는 많고 학생 수는 적어지다 보니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대졸 실업자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박사학위 실업자와 SKY 대학 출신 실업자에 대한 이야기도 이젠 낯설지 않다.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지식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스펙의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개인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서 대학을 가기보다는 학교 이름을 중요하고 in 서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취업할 때 능력보다 출신학교를 먼저 보고, 학연과 지연 등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독일의 교육은 초등학교 졸업 후 진로의 방향이 결정된다.

김나지움(일반계고 9년)을 거쳐 대학진학을 하던가 레알슐레(실과학교 6년)와 베르프슐레(도제교육 3년)를 거쳐 기업에 취업한다.

독일은 학생의 성향에 따라 담임교사가 진로를 정해주는데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하는 교사의 의견을 학부모들은 전적으로 인정하고 따른다. 그것은 사회의 구조 및 인식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적다 보니 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기업을 찾아서 일을 하게 되고 그만큼 실업률도 낮기 때문이다. 기술과 노동력이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까?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자식이 시험대에 오르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감수하기는 싫기 때문에 많은 부모가 용기를 내지 못한다. 학력은 높아졌고 노동력에 대한 인식은 변함이 없다 보니 노동 현장에는 일손이 부족하여 외국인 노동자를 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고등학교 내내 학교도 바꿔가며 진로를 고민하던 고3 졸업반 아들이 대학 대신 직업전문학교를 택했다. 건축디자인 관련 학과를 지망하려다가 국비 지원으로 교육비가 무료이고 훈련비까지 지원되는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집짓기의 기본인 거푸집부터 완성까지를 배우며 자격증도 딸 수 있다니 실무적인 업무를 배우며 경험을 쌓는데 최적일 듯싶다. 실무적인 일을 배워본 후 공부가 더 필요하면 그때 가서 대학을 가든 유학을 가든 더 깊이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다. 노동력 시장의 임금도 많이 향상되었는데 학부모들의 인식만 제자리걸음인듯하다. 우리 아이들이 편견 없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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