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지향적 노사문화 만들기 바란다
삼성, 미래지향적 노사문화 만들기 바란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12.22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결국 삼성이 고개를 숙였다. 노사 문제로 인해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탄압 범죄라는 사실이 인정돼 관련 임원들이 대거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26명에게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룹 노사전략과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인사평가, 비상대응 시나리오대로 노조를 와해시키고 고사하는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기재한 문건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건을 해석할 필요 없이 문건 자체로 범행 모의와 실행, 그리고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삼성의 조직적 노조 탄압에 대한 첫 형사처벌로 그룹 차원의 범행이라고 본 것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역사에서 이사회 의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은 치밀하고 주도면밀했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만들어지자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그린화 작업'이라는 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했다는 것이다. 노조원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거나 표적 감사를 벌이는가 하면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켜 노조원들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만들기도 했다.

회삿돈을 빼돌린 뒤 이를 숨진 노조원 유족에게 무마용으로 전달하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과정에 정보 경찰이나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직원까지 개입했다는 대목에서는 세계 일등을 지양하는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다 빚은 참사다. 삼성공화국이라고 믿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삼성은 그동안 돈과 인맥이면 대한민국에서 불가능이란 없다고 믿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하다. 삼성이 못할 게 없다는 독선과 독단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정경유착이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엔 미국의 소송비를 대납해주는가 하면 박근혜 정권과는 최순실씨를 통해 금품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에 서기도 했다.

삼성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병철 전 회장 때와는 시대가 변했고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노조와의 상생에서도 일류기업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진정한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지금의 삼성 영광에는 경영자의 탁월한 경영능력과 혜안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피와 땀을 부정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외적인 성장은 물론 노사 문화가 일류로 인정받을 때 진정한 일류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조와 상생의 새로운 길을 닦아 나가야 한다. 공식 출범한 노조와 함께 진정한 최고의 기업으로 올라서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