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자화자찬과 빈수레
국회의원의 자화자찬과 빈수레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12.18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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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매년 연말이면 지역 국회의원들의 자화자찬 홍보자료가 홍수를 이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충북 관련 정부예산은 모두 국회의원의 노력으로 이뤄졌고, 충북 국회의원은 일도 잘해 상도 많이 받는다. 물론 과장이고 침소봉대인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이 실현되는 총선이 있는 해 직전 연말엔 이 같은 홍보자료는 더욱 많고 부풀려진 내용도 많다.

이런 홍보자료의 저간엔 유권자들을 향해 이 정도로 능력 있는 현직 국회의원인 나를 뽑아야 하는 당위성을 무의식 중에 심어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깔려 있다.

지난 10일 오후 9시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합의로 내년도 정부예산이 확정되자 지역 국회의원들의 홍보자료는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지역 언론사에 전달됐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은 국회에서 정부예산안이 처리된 직후 보도자료를 내 “충북도와 청주시의 주요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를 정부안 대비 약 343억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에서 청주 상당 출마를 준비 중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비례대표)은 하루 뒤인 11일 충북도와 청주시 주요사업 관련 국비 343억원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변재일 의원이 확보했다고 홍보한 사업내역과 일치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변 의원은 스스로의 노력이 가미된 것처럼 “했다”고 표현한 반면 김 의원은 내용을 설명하는 듯한 “됐다”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뿐이다.

그렇다고 변 의원이 정부예산 확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음으로 양으로 기여했음은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같은 노력을 `4선 의원의 품격'에 맞게 담담하면서도 세련되게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청주에만 4명의 지역구 의원이 있고, 청주 출신의 바른미래당 김수민(비례)·정의당 김종대(비례) 의원 등 6명의 연고 의원이 있는데 그 모든 일을 혼자했다고 홍보하는 것은 4선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차라리 12일 이시종 충북지사의 정부 예산 확보 내역 브리핑에서처럼 “충북도와 각 시·군, 지역 국회의원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고,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준 지역 국회의원들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는 어땠을까.

심지어 민주당 이후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제천과 단양 관련 정부예산 전체를 브리핑하는 형태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연히 보도자료의 맥락은 “내가 노력해서”였다.

연말에는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당과 시민단체, 언론 등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하루가 멀다하고 배포된다. 여야 의원 누구라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보도자료에 그 상의 권위가 어떤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런 상을 역추적해보면 각 정당이 자당 의원들에게 시상한 상이거나, 기자가 듣기에도 생소한 이름의 언론사에서 준 상이 많다. 수상자도 한 번에 수십명에 달하는 상도 많아 4년 의정활동기간 동안 못받기도 어려울 정도다.

어떤 일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자신의 입으로 내뱉지 않는다. 그 사람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지켜본 누군가에 의해 그의 미담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

반대로 해 놓은 일은 적은데 홍보해야할 처지에 놓이거나 생색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주변 상황과 무관하게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무언가를 말한다. 말을 하고 난 뒤 자신이 뿌듯함을 느낄 정도의 과장법을 사용한 미담을 말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다. 연말 국회의원들의 요란한 홍보가 빈수레가 아니길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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