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홈페이지가 친일인명사전?
충북경찰 홈페이지가 친일인명사전?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12.17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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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청주 청원署·영동署 친일 역대 국장·총경 소개
3·1운동 100주년 … 역사 바로잡기 정부 기조와도 배치
“충북경찰 역사의 시작 일본이 만들어 준 것 인정하는 셈”

 

충북 경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친일' 프레임에 휘말렸다. 충북지방경찰청을 비롯해 일선 경찰서 홈페이지에 친일파 출신 경찰국장과 서장이 소개돼 있어서다.

단순한 시각에서 `역사적인 사실'로만 바라볼 때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 바로 잡기에 나선 정부 기조와도 정면 배치된다.

충북경찰청과 청주 청원경찰서, 영동경찰서 홈페이지 역대 경찰국장·서장 소개란에 올라온 친일파 출신 인물은 모두 5명이다. 나열해 보면 △한정석 2대 충북경찰국장 △김영규 3대 충북경찰국장 △김상봉 6대 충북경찰국장 △이명흠 1대 청주경찰서장(현 청원경찰서) △김상규 8대 영동경찰서장이다.

이들은 모두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 세 글자를 올렸다.

한정석 2대 충북경찰국장은 1937년 일제에 황군위문금을 헌납한 인물이다. 중일전쟁 당시에는 국채소화(國債消化) 군대·유가족 후원, 국방헌금, 애국기 헌납자금 모집 등 일본군을 위해 민족 반역 행위를 했다.

김영규 3대 충북경찰국장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3월 만주국 건국공로장을 받았을 정도로 친일 행위에 앞장섰다.

김상봉 6대 경찰국장은 1934년 일본 고등문관시험 행정과에 합격한 뒤 황해도 경찰부 보안과·지사관방, 옹진군수, 재령군수 등을 거쳤다.

해방 직후인 1946년 미군정하에서 총감으로 제2관구(강원도) 경찰청장을 맡은 이래 전북경찰청장, 충북경찰국장을 역임했다.

1945년 9월 17일부터 1946년 3월 19일까지 청주경찰서(현 청원서) 1대 서장을 지낸 이명흠 총경은 악질 친일파로 꼽힌다.

그는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1931년 9월~1934년 3월 일본 군사·군용품 수송, 철도와 전선 보호 경비계, 비적 소탕 등에 앞장섰다.

김상규 8대 영동경찰서장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태극기를 든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이는 일제 형사로 활동했다.

충북연구원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친일 경찰관 사진을 걸어놓는다는 것은 그들을 선양하기 위한 행위”라며 “충북 경찰 역사의 시작을 일본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친일파 출신 경찰국장·서장이 내걸린 충북 경찰 홈페이지 한편엔 `이달의 독립운동가'가 소개되고 있다. 12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는 윤봉길 의사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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