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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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9.12.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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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휴대전화가 돌아왔다.

식당에서 이틀 밤을 지샌 녀석의 몰골은 멀쩡했다.

문자나 통화도 없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평소엔 전화통에 불이 나더니 ……'

어느새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버린 녀석의 부재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 답답함에서 탈출하기 위해 뇌를 속이기로 했다.

`그래, 어차피 지금은 되돌려받을 수 없으니 차라리 넘어진 김에 쉬어 가지 뭐'

스마트폰의 굴레에서 풀려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해졌다.

돌이켜보니 똑똑한 손전화는 제 이름값을 하며 어느새 나를 길들이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검색할 수 있고, 실시간 문자와 영상통화까지 가능하며, 일면식도 없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도 공통의 관심사나 주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그림자 또한 우리의 일상에 배어 있다.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

인터넷 게임 캐릭터의 죽음에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도 그 게임에 빠져 자신의 아이를 굶겨 죽게 만든 부모.

이렇듯 물질문명의 편리함이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은 행복지수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2019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56개 나라 가운데 54위에 올랐다.

1위 핀란드에 이어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등 상위 10개국 가운데 뉴질랜드와 캐나다를 제외한 8개국이 유럽이다.

경제대국 미국 중국 일본 모두 상위 10위 안에 오르지 못했다.

북유럽 상위 5개국의 경우 1인당 GDP 기준 상위 20위권에 들기 때문에 경제적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높은 경제성장이 반드시 행복감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지수 상위권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탄탄한 사회적 안전망과 정부에 대한 신뢰, 자유, 서로에 대한 관대함 등을 꼽는다.

이들에 비해 지나친 경쟁과 불신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우리의 역동성을 믿고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해보자.

지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치를 욕해도 좋다.

이왕이면 그 술값으로 NGO를 후원해 보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능기부도,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지금 내딛는 나의 한걸음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보람과 의미를 선물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공동체 정신이 되살아나고 사회구성원 서로에 대한 믿음도 높아질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 성찰로 이어지며 나와 이웃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빛과 소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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