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걸림돌인가 경쟁력인가
나이는 걸림돌인가 경쟁력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2.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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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살면서 나이 탓을 할 때가 많다.

나이가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때론 나이가 어려서 제재당하는 때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서러운 일은 나이 덕분에 사회적 혜택을 받는 일보다 나이 탓에 떠밀려 뒷방 신세를 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밀려올 때다. 그래서 어른들은 제 나이보다 어리다는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낯선 이들과 어울릴 때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나이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로 서열을 정해야 그다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데 있어도 나이를 따진다. 많으면 많아서 적으면 적어서 탓을 한다.

최근 현역 세계 최연소 총리로 선출된 산나 마린(34) 신임 핀란드 총리가 화제다. 34세라는 나이에 한 나라의 총리직에 오른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낯설다.

우리가 생각하는 30대 초반은 가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직장에서도 신입사원 딱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동거리는 나이 아닌가.

마린 총리는 27세 때 시의원에 선출돼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3년 뒤 제1당인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했고 이후 총리 후보로 선출돼 의회의 승인 투표에서 찬성 99표, 반대 70표를 받아 지난 10일 총리직에 올랐다.

30대 나이에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39) 총리도 있다.

아던 총리는 2017년 만 37세의 나이로 뉴질랜드 총리에 선출돼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녀는 지난해 동거하던 남자 친구의 딸을 낳았고, 6주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같은 젊은 국가수장으로써 핀란드 마린 총리에게 해줄 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던 총리는 “사람들이 (총리가) 젊기 때문에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미 총리이고 정부 사람으로 나로선 잘하라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나랏일은 나이로 하는 게 아니다. 젊어서 전문지식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뉴질랜드나 핀란드에서 젊은 나이는 총리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경쟁력일 순 있어도 걸림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나이가 적어서 민생은 뒷전인 채 저리 싸우는 것인가.

지난달 서울 종로 맥도날드 본사에서 국내 최고령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임갑지씨의 은퇴식이 열렸다. 올해 그의 나이는 91세다. 임 씨는 75세인 지난 2003년 맥도날드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했다.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는 17년간 임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했고 지각이나 결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임씨는 은퇴식에서“시급 받는 알바생일 뿐이지만 매장 관리자라고 생각하며 점포를 내 것처럼 아꼈다”며 “지금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어디서든 도약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기 은퇴로 고민하는 중장년층이 퇴직 후 제2의 인생 준비를 위한 재취업 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나이였다.

미디어윌이 운영하는 벼룩시장구인구직이 퇴직한 40대 이상 중장년층 5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3%의 응답자가 나이로 인한 편견을 꼽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나이로 일할 사람을 뽑는 잣대로 들이댄다. 이러니 30대 총리가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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