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만 하면 끝인가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만 하면 끝인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12.16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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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심사와 의결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 역시 자치단체마다 예산안을 가지고 의회 의결이 진행 중이다. 예산안에 따라 자치단체의 신규 사업이나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결정되기에 부서에서의 예산 확보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가 시 문화예술관광국 세출 예산안을 20.8%를 삭감해 1차 의결했다는 소식이다. 총 87억여원의 세출 예산 중 18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삭감 예산을 보면 2020년에 추진할 `동아시아문화도시'와 `젓가락페스티벌'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협력사업(1억4550만원), 젓가락연구소 운영(8245만원), 젓가락페스티벌(1억9400만원), 동아시아 예술문화교류(1382만3000원) 등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와 관련된 사업비 4억3500여만이 전액 삭감됐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청주가 선정되면서 매년 국제행사로 개최해오던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국제행사임에도 전체 예산이 삭감되는 과정에는 행정문화위원회의 비판 강도도 높았다는 후문이다. 우선 시민의 참여가 저조하고, 한·중·일 교류사업의 효과도 낮다는 지적이다. 또 행사의 명성을 잇지 못하고 초라한 지역축제로 전락했다는 점도 전액 삭감이란 초강수를 둔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에 콘텐츠 부재와 사드문제로 발단된 중국과의 교류 중단 위기, 그리고 최근 반일·반한감정까지 겹치면서 행사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도 큰 원인이다.

청주시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이 가진 한계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짚어봐야 할 때다. 이 사업이 단순히 청주시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전국 도시를 순회하고 있는 국제행사란 점에서 문체부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12년 제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 및 교류행사 개최를 합의하며 추진됐다. 한·중·일 3국 간 문화 다양성 존중이라는 기치 아래 동아시아 의식, 문화교류와 융합, 상대문화 이해의 정신을 실천하자는 의미로 첫발을 내디뎠다.

매년 국가별 대표도시를 1개씩 선정하고 다양한 문화교류활동을 지원키로 하면서 다양한 교류사업이 진행됐다. 사업 3년차에 선정된 청주시는 중국의 칭다오와 일본의 나카타와 함께 2015년 예술인과 청소년 등이 상호방문하며 교류사업을 펼쳤다.

또한 선정 당시 청주시는 한·중·일의 문화원형으로 `젓가락'에 주목하면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국제행사로의 위상을 다지기도 했다.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음식문화와 상생의 공동체 가치까지 담아낼 수 있는 젓가락은 3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특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차기 선정도시로 사업의 공이 넘어가면서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은 예산도 교류도 지자체 몫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국내에서의 선정도시 간 교류도 흐지부지되었고, 잔여물처럼 남은 교류사업만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젓가락이라는 좋은 콘텐츠를 갖고도 기획사 사업에 그치는 청주의 문화기획도 각성해야겠지만, 분배 수준으로 끝나는 문체부의 문화정책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화도시 선정에 힘을 쏟는 청주시로서는 동아시아문화도시와 젓가락페스티벌 예산 확보가 당장 발등의 불이겠지만, 이제라도 지역의 목소리로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문체부 역시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이 취지와 목적을 살리려면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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