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범 운영 `멧돼지 전담팀' 불만 속출
경찰 시범 운영 `멧돼지 전담팀' 불만 속출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12.16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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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대 미형성 … 되레 설치·운영 근거에 물음표
본청 시행취지 설명 `경찰관 직무집행법' 역효과
경찰 내부망 “이제 멧돼지까지 … 웃픈 현실” 자조

“이제 멧돼지까지 잡으라고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웃픈' 현실이네요.”

경찰이 시범 운영 중인 `멧돼지 전담팀'을 두고 현직 경찰관 사이에서 적잖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배경엔 전담팀 설치·운영 자체가 업무 범위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이 짙게 깔렸다.

경찰은 지난달 11일부터 전국 일부 경찰서에서 수렵 자격증 소지 경찰관으로 멧돼지 전담팀을 구성,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전담팀은 멧돼지 출몰 신고가 들어오면 직접 엽총을 들고 현장으로 출동해 초기대응 임무를 수행한다. 주요 임무는 소방당국·민간 포획단 도착 전 △시민 피해 예방 △긴급 상황 시 멧돼지 포획이다.

전담팀은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춘 정책이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범정부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상황 점검회의에서 멧돼지 출몰과 관련, “도시에서는 경찰이 소총을 사용할 수 없고, 권총으로는 멧돼지를 바로 잡기 어렵다”며 “경찰은 새로운 장비의 도입을 포함한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전담팀은 시범 운영(12월 31일) 이후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찰 내부에서는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되레 전담팀 설치·운영 근거에 물음표를 던지며 원성을 쏟아내는 경찰관이 상당수다.

한 경찰관은 최근 내부망 현장활력소 게시판에 “우리 경찰에서 `멧돼지 사냥팀'이란 걸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 멧돼지까지 경찰이 잡아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글을 올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엽총 사용 적법성, 임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등 구체적인 대책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경찰청 차원에서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차갑게 식은 여론은 돌아오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본청이 정책 시행 취지 설명을 위해 내세운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불만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관련 게시글 댓글난은 회의론으로 메워지고 있다. 충북 도내 모 경찰서 경찰관은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방법. 멧돼지 전담팀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관은 “도대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 방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다 가져다 쓰라”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방지 업무를 다 경찰에 포함시키지 왜 각 부처를 나눠놓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멧돼지 전담팀을 전시성 정책으로 바라본 경찰관은 `미세먼지 제거 먼지팀도 만들어 달라', `멧돼지 전담팀으로 인해 많은 직원이 웃었다'와 같은 조소 섞인 반응도 내놓고 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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