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
실손보험료 인상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2.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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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팍팍한 살림살이에 또 눈살 찌푸릴 만한 뉴스가 나왔다. 국내 가입자 수 3400만명으로 이젠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자리잡은 실손의료보험료와 의무 보험인 자동차보험료가 내년에 큰 폭으로 오른다는 소식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보험사가 내년 1월부터 실손보험료 인상을 단행하기로 하고 보험 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마쳤다. 그런데 그 오름 폭이 보통이 아니다. 실손의료보험은 무려 15~20%까지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인상폭은 보험업계의 손해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로 전년 동기 대비 20%포인트 증가했다. 보험 가입자에게 100만원을 받아서 129만1000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업계의 손해액은 5조12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손실이 커지자 보험업계는 이미 내년 1월 갱신 대상 보험가입자들에게 인상 예정 사실을 안내하고 사실상 당국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보험업계의 움직임에다 19일 예정된 보험사 사장단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만남 등 이미 내년 초 부터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둔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별로 달갑지 않다. 집권 4년 차를 맞아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압도적인 총선 승리가 필요한 상황. 기름값에 버스요금, 전기료 까지 들썩이는 마당에 보험료까지 두 자릿수 이상 오른다니 걱정이 크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원인은 상당수 가입자들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에서 찾을 수 있다. 보험사들마다 비급여 항목의 의료비인 도수치료 비용의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조금만 아파도 `마사지'를 받는 개념으로 도수치료를 받고 이를 보험사에 청구하는 사람들 탓에 일반 물리치료와 연고비로 1만원이면 해결될 보험 지급액이 10만원, 20만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어디 도수치료 뿐이겠는가.

두번째는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다. 실손 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대상으로 굳이 하지않아도 되는 온갖 진료 서비스를 해 의료비를 최대한 청구하고 있는 비양심적인 일부 병·의원들. 심사평가원의 느슨한 감시망도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있다.

그 다음엔 보험사의 책임을 묻고 싶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이유 중 하나는 보험사의 안이한 경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연 성공자나 매일 1만보를 걷는 사람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고 보험료 청구액의 과다에 따라 할인, 할증 보험료를 적용하는 등 가입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한 보험사들. 과잉 진료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에다 보험료 누수를 막을 수 있는 가입자 건강 증진 노력은 외면한 체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로 수십년을 허비한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당국의 정책 부재와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젠 국민개보험(國民皆保險)이 된 실손의료보험의 실태를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업계 자율에 맡겨 사태를 여기까지 오게한 책임. 보험료 인상에 앞서 업계와 의료계, 정부 당국의 뼈저린 반성과 통찰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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