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마음을 놓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19.12.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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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어렸을 때부터 미술은 다양한 분야가 있음에도 어느 한 분야에서도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적어도 나에게는 없었다. 그런 내가 여행을 다니며 건축물, 미술 등에 관심이 생겼다. 배경을 알고 보는 그림은 훨씬 더 그림 속의 내용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이주은 저)는 나에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이란 분야에 장벽을 자연스레 허물어주었다. 나아가서는 그림을 갖고 왜 심리, 미술 치료 등이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림은 때로는 그 어떤 위로의 말이나 약보다도 깊은 감동과 공감을 통해 우리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료해 주기 때문이다.

르네마크리트의 `인간의 조건'이란 작품을 보면 열어놓은 창밖에 풍경이 펼쳐져 있고, 창안에는 똑같은 풍경을 그린 캔버스가 놓여 있다. 어느 것이 풍경이고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그려놓았다. 유리창의 틀과 캔버스의 틀이 어느 쪽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해 놓지 않았고 유리창 밖과 안의 경계선도 명쾌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이란 막고 통제하려고 하면 굴레가 되지만, 느끼고 만끽하려고 하면 자신을 더 잘 알게 하는 마술의 틀이 되는 것이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다피트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보면 뒷모습을 보인 책 서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아무것도 틀 지워지지 않은 대자연 앞에 서 있다. 제법 높은 곳에 올라와 있지만. 자연의 높이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연의 넓이도 그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남자는 한정된 공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한하게 펼쳐지는 공간을 방랑하는 사람이다.” 관계에 있어서 방랑하는 태도처럼 상대방에게 다가가면 서로가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무한할 것이다. 자연을 여행하듯 사람을 맞이하고 사랑을 해야 한다.

영국의 인상주의 화가 조지클라우센이 그린 `들판의 작은 꽃'에서 여인은 풀밭에서 장미도 백합도 아닌 이름을 알 수 있는 풀꽃들을 보며 매우 기뻐하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풀꽃도 꽃이다는 말이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 “인생은 정답 없는 의문문들로 가득 채워진 교과서라는 것을 살면서 더 깊게 깨닫는다. 한 번이라도 내가 찾은 작은 꽃을 바라보고 그 모습을 기억해두는 것이 천 번의 의심 만 번의 후회보다 훨씬 행복한 삶일 듯하다”

바쁜 연말이다. 마음과 몸이 점점 시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면 운동, 음악, 여행 등 각자의 방식으로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길 추천한다. 그 시간 중 그림 한 편 들여다보는 시간도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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