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생명 - 존재
인간생명 - 존재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9.12.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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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청소년 생명존중 교육에서 필자가 묻는 첫 질문이다. 대답은 다양하지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답 중 하나는 `돈'이다. 언젠가 청소년들의 윤리 의식에 대한 흥사단의 조사 결과가 충격을 준 적이 있다. “90% 이상의 청소년들이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감옥에 갈 수 있다”라고 응답한 것이다. 돈을 중시하는 `물질주의'가 청소년들의 가치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돈이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비단 청소년들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닐 것이다.

정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일까? 돈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돈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인간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게 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돈과 생명을 선택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라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명을 먼저 선택할 것이다. `생명'은 인간의 가장 궁극적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고상한 말로 이런저런 것들을 존재 이유라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생명을 지키고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행동 이유다. 그래서 `인간 생명'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첫 번째 천부의 권리다.

“존재와 도구의 차이점이 무엇입니까?” 필자가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이다. 대부분 청소년은 “도구는 필요해서 만드는 것이고 존재는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라고 대답이다. 정확한 대답이다. `도구'는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필요가 없어지면 사라진다. 필요하지만 망가지거나 더 좋은 도구가 나타나도 역시 사라진다. 그러나 `존재'는 필요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목적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은 존재입니까? 도구입니까?” 필자가 던지는 세 번째 질문이다. 모든 참가자는 똑같이 대답한다. “존재입니다.”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인간은 도구가 아닌 존재라고 대답한다. 만약 사람이 도구로 취급된다면 비극적이 일이 생긴다. 도구는 필요가 없으면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필요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늙어간다. 노화가 진행되면 심신의 기능이 쇠퇴하고 생산적인 노동으로부터 소외된다. 사회의 필요가 점차 줄어들고 마침내 필요가 사라지면 모든 노인은 버림받을 것이다. 장애인은 어떠한가? 도구론으로 보면 이들도 필요가 적고 돌봄만 많으므로 버려진다. 아이들도 일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도 노동의 생산성과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 사라질 운명이 된다.

사람은 존재다. 처지나 환경과 관계없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존재론만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의미 있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 있거나 소중하고 인정받는 존재다. 그가 어떤 필요를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존재만으로 소중한 것이다. `존재론'은 `인격주의'다. 철학자 칸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도덕을 갖는 점에 다른 사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가치가 있다. 이 가치는 무엇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절대 가치다. 그러므로 이 인격만이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평가받고 필요로 등급을 매기는 도구론 사회는 불행하다. 인간 생명이 경시되고 폭력과 죽음이 만연한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 소중한 인격이다. 인간 생명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인격을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가치와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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