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교육-발도르프학교 100년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교육-발도르프학교 100년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12.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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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발도르프학교(Waldorf Schule)는 1919년 9월 7일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설립된 학교를 부르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1919년은 평화적 만세운동인 3.1운동이 펼쳐진 해라면, 독일에서는 1919년을 교육적으로 자유로워지려는 운동이 펼쳐진 해로 기념하고 있었다. 100주년을 맞은 발도르프학교는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1019개가 있고, 유치원은 약 2000여 개가 설립, 운영 중이다.

발도르프학교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에 문을 열었다. 독일은 전쟁에서 패배했고, 거의 모든 것이 망가진 상태였다. 당시 사회는 매우 불안정하였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새로운 법률 제정이 되지 않았으며, 슈투트가르트가 속한 바덴뷔르템베르크에도 교육과 관련된 법률이 없었다. 그 어수선한 때에 루돌프 슈타이너와 에밀 몰트, 칼 슈톡마이어 세 사람은 주 교육청을 찾아가 새로운 학교 설립을 신청했다. 당시 교육감은 베아톨트 하이만이라는 사회주의자였다. 사회주의자들은 규칙, 법률을 신뢰하는 집단이었기에 법률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근거로 새 학교 설립을 거부한다 하여 그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교육감은 그동안 계층에 따라 분리하여 교육해온 학교에 반대하면서, 슈타이너가 제안한 새로운 학교의 설립 취지에 동의하였고, 결국 법률의 틈새를 찾아 학교가 세워졌다.

11월 업무상 출장으로 독일에서 발도르프학교를 직접 방문하게 되었다. 간접적으로 접하던 발도르프학교를 실제로 지켜보니, 책이나 영상이 전하지 못하는 특유의 신념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을 기초로한 교육과정과 수업방식을 택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8년담임제, 에포크 수업(주기 집중식 수업), 예술적 교육 활동, 독립적인 학사와 재정 운영을 골자로 하며, 교과서, 교장교감, 성적표, 낙제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 8년 담임제는 발도르프학교의 독특한 모습 가운데 하나로 1학년 때 학생과 만난 담임교사가 학생이 8학년이 될 때까지 담임을 연속으로 맡게 되는 체제다. 실제로 만난 5학년 담임선생님은 8년 담임제가 학생과 교사 상호 간 이해의 폭을 넓히며, 학생의 학습과 생활에 세부적인 도움까지도 줄 수 있다는 장점을 들었다.

대학입학 시험이 만만치 않은 독일에서는 김나지움의 11학년에서 13학년까지는 대입에 맞춘 학과 공부에 몰입하고, 5학년부터 다니는 김나지움 초기 단계에서도 주지교과의 학습을 강조한다. 그러나 발도르프학교에서는 뜨개질을 비롯한 수공예, 수채화, 조소, 형태그리기, 오이리트미, 목공예, 원예, 금속공예 등 주지교과의 맞은편에 있을 듯한 실제적인 활동을 강조하고 실제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러한 학교 활동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것은, 정신과 몸과 영혼은 균형 있게 발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도 삶도 여러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어느 하나가 특출나게 발달한다고 하여 인간이나 삶이 종합적으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 인지적인 측면을 강조한 만큼, 감성을 강조하고, 주지교과의 학습에 버금가는 실제교과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 인간이 균형 있게, 사람답게 성장한다는 것이 그들이 학생을 교육하는 원리였다. 이 원리는 이미 100년째 검증되고 다져져서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실현되고 있다.

`교육,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교육'발도르프학교는 교육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람은 어떤 존재이며,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100년째 탐색하는 발도르프학교 이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고 한다. 아이들로부터 나오는 교육, 그 정신은 여전히 지키면서도 말이다. 우리 교육에도 이런 신념이 있었던가, 반성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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