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로 매기는 세상
점수로 매기는 세상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2.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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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학창시절엔 성적이 행복을 좌우했다. 오르지 않는 성적을 붙들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좌절한 적도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학교의 자랑이자 보배로 어딜 가도 관심의 대상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교실은 성적순이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수험생들에게 통지됐을 때 사회적 관심은 수능 만점자가 몇 명일까에 집중됐다.

우리 사회는 15명의 만점자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어느 학원에 다녔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했다.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지역은 자랑스러운 인재를 키웠다고, 만점자를 배출하지 못한 지역은 교육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자책도 나오는 모양이다.

점수 지상주의 사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행복할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 D)가 주관해 치른 2018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뛰어난 실력은 올해도 이어졌다.

3년마다 전 세계 학생들의 교육수준을 평가하는 국제학업성취도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전 영역(읽기, 수학, 과학) 성취수준은 참여국 중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평균점수에서 읽기 514점, 수학 526점, 과학 519점을 기록했다. OECD 평균 점수가 읽기 487점, 수학 489점, 과학 489점 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보다 30여 점이 높았다. 순위로 매겨보면 37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성적은 읽기는 5위, 수학은 2위, 과학은 4위였다.

문제는 삶의 만족도 지수는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PISA 2018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지수는 6.52점이었다. OECD 평균점수는 7.04점으로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0.52점 높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56.7%에 불과했다.

삶의 만족도 지수는 여전히 OE CD 평균을 밑돌았고, 순위도 71개 국가 가운데 65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벼랑 끝에 내몰린 절박한 심정으로 공부에 매달리고, 방학 기간에도 학원에서 텐투텐(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 생활을 하는데 행복한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기성세대들은 말한다. 학생들의 유일한 의무는 공부라고. 공부가 제일 쉬운 일인데 왜 투정하느냐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 데 그 삶이 만족스러울 리가 만무하다.

충북도교육청이 최근 공개한`충청북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형 학교모델 개발 연구' 결과를 보면 도내 학생들이 행복하기는커녕 충북에 거주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충북 거주 의사 여부에 대한 설문에 학생들의 점수는 5점 만점에 2.91점으로 학부모(3.07점), 교원(3.65점)보다 낮았다.

지방에 살아서 차별받고,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차별받고,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 차별받는 사회에서 학생들은 원하는 꿈을 꿀 수가 없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지 않는 사회에서 좌절하는 청소년들은 꿈을 포기하고 지역을 떠나고 싶어한다.

행복하지 않은 데 읽기, 수학, 과학 점수가 OECD 평균보다 높게 나온 들 무슨 소용인가.

청소년들은 꿈조차 꾸고 싶어 하지 않고 삶에 만족하지 않는데 정치권은 오늘도 밥그릇 싸움에 언성을 높이고 있으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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