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과 아베
메르켈과 아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2.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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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주말 TV를 통해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소 지도가 안방에 전해졌다.

이 지도엔 만주 일대와 중국 대륙, 대만과 필리핀, 라오스, 인도네시아, 호주 북부 제도 일원 등 일본이 전쟁을 벌였던 지역에 빼곡하게 수백 곳이 넘는 일본군 위안소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이 지도는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만들었다.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박물관(Women's Active Mus eum on War and Peace)'이란 단체인데 줄여서 WAM(웜)이라 불리는 단체다.

일본 도쿄 신주쿠 와세다대학교 인근에 본부를 둔 웜은 아사히 신문 기자 출신으로 2000년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 문제를 다룬 민간 법정 `여성 국제 전범 법정'을 주도했던 여성 운동가 고 마쓰이 야요리의 유지로 2005년 설립됐다.

이 단체가 이번에 공개한 지도는 이미 앞서 지난 2013년에 한 번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이번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자료를 집대성, 세밀하고 정확하게 일본군의 만행 현장을 적나라하게 알리고 있다.

이 지도에는 웜이 지난 10년간 수집한 일본군의 위안소 관련 자료가 세세히 첨부돼 아시아태평양 침략 전쟁 당시 희생됐거나 피해를 입고 현재 생존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디지털로 제작된 이 지도에는 일본과 대만, 베트남, 태국,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미국령 괌 등 20여개 국가 내 위안소가 설치된 지명들이 그 위치와 함께 표시돼 있다. 각 지명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에서 벌어진 관련 범죄를 확인할 수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육성 증언이나 사진 등을 접할 수 있다.

웜은 10년간의 자료 조사를 토대로 이 지도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군에서 직영하거나 민간에 경영을 위탁, 또는 민간 성매매 시설을 군용으로 지정한 것 등 다양한 형태의 위안소가 있었지만 모두 일본군이 관리ㆍ감독했다. 위안소 외에 점령지와 전선에서 부대가 현지 여성을 감금하고 강간해 사실상 `강간소'라고 불러야 하는 곳도 있었고 특정 장교의 전용(위안부)으로 뽑힌 여성의 피해 사례도 있었다.'

웜의 이번 발표는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부인해 온 아베 정권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웜의 구성원들이 일본의 지성 사회를 이끌고 있는 여성 지식인들이라는 점에서 신뢰성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웜은 창립 초기에 일본 정부에 이런 선전포고를 했다. “유권자(일본인)들이 정확하게 실체를 알아야 (아베 정권 같은) 역사를 부정하는 정권이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일본군의 만행 장소인 동아시아 위안소 지도가 발표되던 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를 찾았다. 나치 독일이 400만명을 학살한 장소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만행 역사 현장을 보존해 후세에 알리기 위해 설립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재단 10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찾았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연방정부와 주정부 재원을 합쳐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의 시설 보존을 위해 6000만유로(약 791억원)를 기부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게 헌화한 후 이런 말을 했다. “독일이 저지른 야만적 범죄에 깊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범죄를 기억하고 가해자를 찾아내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이 독일의 책임입니다.”

아베와는 너무나도 다른 역사 인식이 차이. 왜 아베 정권의 일본은 스스로 야만적 국가가 되어가고 있는 걸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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