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춘현 관아에 딸린 누정, 사의루(四宜樓)
옛 영춘현 관아에 딸린 누정, 사의루(四宜樓)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19.12.0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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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땅과 사람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영춘(永春)은 조선시대 영춘현(永春縣)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단양군의 한 면에 지나지 않지만,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까지 단양과는 독립된 행정을 펼치던 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영춘은 고구려 때는 을아차현(乙阿且縣)이었고, 신라 때는 자춘현(子春縣)으로 개칭되어 내성군(柰城郡, 영월)의 속현이었다. 고려 때 영춘이라 불리며 원주에 속했다가 조선 정종 때 충청도로 이속되었고, 태종 13년(1413)에 현감이 파견되었다.

조선시대에 단양지역은 “토지가 척박하고 백성들의 삶은 가난하다.”라고 하였는데, 영춘은 그중에서도 더 궁벽한 지역이었다. 영춘현감이던 홍낙안(洪安, 1752~1812)은 조정에 올린 상소에서 영춘현의 상황을 설명하여, “많은 산 가운데 있어 궁벽하고, 넓은 들판도 없으며, 10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이 없다.”고 하였다. 홍낙안의 표현대로라면 그야말로 궁벽한 지역이다.

조선시대 제천·청풍·단양·영춘 등 4개 군현은 산수가 매우 뛰어나다는 뜻에서 `사군산수(四郡山水)'라고 불렀다. 남한강의 풍부한 수량과 기이한 석벽 그리고 계곡·강 주변의 반석 등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만들고 있어, 조선시대 시인, 학자들이 금강산, 관동팔경 다음으로 가보고 싶어 했던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영춘은 고을 삼면을 남한강물이 감싸고 돌아가니 그 그윽한 풍광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일찍이 노숙전이 “길게 흐르는 강, 옷깃을 여민 듯하고, 수많은 산을 감싸 도는 형세”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강이 휘돌아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영춘(永春)'은 `봄이 길고 여름이 짧은, 즉 늘봄(永春)'이라는 뜻으로 춘성(春城)이라는 별호도 가지고 있으니, 한 폭의 그림 같은 강변마을에 이보다 적합한 땅이름은 찾기가 어렵겠다.

그러나 그 아련한 강변마을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1972년의 대홍수로 옛 모습을 다 잃고 지금은 새 고을이 형성되어 있다.

조선시대 영춘현은 종6품의 현감이 파견되던 곳이었는데, 영춘관아는 번듯하여 동헌과 객사 이외에 9칸의 전대청(殿大廳), 6칸의 동대청(東大廳), 비장청(裨將廳), 위전청(衛前廳)이 있었으며 사의루(四宜樓)라는 2층 누각도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들어 동헌은 면사무소로, 위전청은 경찰 주재소로, 사의루는 면사무소 회의실로, 전대청과 동대청은 초등학교 건물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한국전쟁 중에 사의루만 남고 다 소실되어버렸고, 1972년 대홍수로 사의루마저 고을 뒤쪽 언덕배기 향교 앞으로 옮겨졌다.

사의루(四宜樓)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1708년(숙종 34)에 처음 지어지고 1787년(영조 12)에 현감 류시경이 중건하였다. 1872년 영춘현 지도에도 객사 앞 남한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급한 물살을 헤치며 오가는 뗏목과 맞은편의 기암절벽을 조망하는 최적의 장소에 위치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의루(四宜樓)는 현감 유시경이 중수하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며 네가지(四) 마땅함(宜)을 갖춘 누각이라는 뜻이다. 이는 영춘이 예로부터 산(山)·물(水)·바람(風)·인심(人心)이 좋아 길지(吉地)로 인식되어 온 것이 마땅하다는 뜻이라고 하니, 사의루는 곧 영춘을 상징하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사의루는 초석의 이완으로 인한 기둥 침하, 지붕 기와의 파손, 곳곳의 균열 및 탈락 등 퇴락(頹落)이 심한 상태로서, 보수하지 않으면 곧 사라져버릴 안타까운 문화유산이 되었다.

본래 영춘은 『정감록』에서 피난을 위한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로도 꼽히던 아름다운 강변마을이다. 자연재해 및 근대화 과정에서 옛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사의루와 영춘향교가 있어 그 옛날 독립된 행정치소로서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옛 영춘현 관아에 딸린 누정인 사의루(四宜樓)가 조속히 정비되어 영춘의 상징물로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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