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창리 결국 재가동…ICBM '고체 연료' 엔진 성공한 듯
北, 동창리 결국 재가동…ICBM '고체 연료' 엔진 성공한 듯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12.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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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엔진 성능 개량…고체연료 시험 등 관측
기존 액체연료 엔진 성능 개량 했을 가능성도

北, 연말 시한 앞두고 '새로운 길'로 더 나간 듯

향후 IRBM, ICBM, SLBM 등 수위 높인 도발 우려



북한이 지난 7일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성공했다고 밝힌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의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체연료 ICBM급 미사일의 경우,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에 실려 은밀하게 기동해 선제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위의 위협으로 평가될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오전 "2019년 12월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그러면서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짧게 전했다.



북한이 이날 보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시험을 진행했는지는 밝히지 않아 특정짓기는 어렵지만, 전날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지상에서의 로켓 엔진 연소 시험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특히 북한·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도에서 '전략적 지위'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을 고려했을 때, 전략 무기인 ICBM과 관련된 엔진 시험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 '중대한 시험'이라는 단어가 사용돼 그동안 ICBM용으로 사용됐던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전환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의 첫 시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액체보다 고체가 순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 국가들도 액체연료 과정을 상당 시간을 거쳐 고체연료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ICBM의 고체연료 전환은 북한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 온 분야다. 북한은 이미 북극성-1형과 2형, 3형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또 올해 5월부터 발사한 KN-23미사일(북한판 이스칸데르), 초대형 방사포 등에서도 고체연료를 적용해 기동성과 기습적인 타격력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ICBM급 미사일의 경우 그동안 액체연료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북한 입장에서 액체연료는 관리가 까다롭고 발사 전에 주입을 해야하는 등 준비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사전에 발각돼 오히려 선제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포 계기를 마련한 화성-15형 미사일(사거리 1만㎞ 이상 추정) 발사 당시에도 한미 군 당국은 액체연료 주입 등 사전에 북한의 준비 동향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화성-15형과 같은 전략무기를 고체연료로 전환할 경우, 연료 주입 과정이 생략돼 발사까지 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체연료는 발사체 안에 추진체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최고지도자의 결심만 있으면 이동식발사차량으로 언제든 은밀하게 이동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는 수직 엔진 시험대만 있기 때문에 고체연료 시험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6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대출력 고체 로케트 발동기 지상분출 및 계단분리 시험'에서 고체로켓을 수평으로 눕혀서 분출하는 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로켓의 출력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ICBM용 고체로켓 시험을 했다면 추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수직 엔진 시험대에서도 실시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대립된다.



화성-15형 엔진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산 RD-250급 트윈(쌍둥이) 엔진 추력이 80tf(톤포스·80t의 무게를 올릴 수 있는 힘)으로 추정되는 만큼, 수직 시험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번 시험이 ICBM용 이라면 추력이 상당할 것이다. 한국형발사체의 추력이 75tf인 점을 감안하면 그 이상일 수 있다"며 "동창리 엔진 시험 타워(수직)에서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11월29일 마지막으로 발사된 ICBM급 미사일인 화성-15형의 엔진 성능을 개량해서 추가 검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성-15형 발사가 단 한 차례만 시험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시험 한 번으로 추진 시간이나 추력 등 능력을 완전히 검증하기 힘들다"며 "북한도 이후 개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홍 연구실장은 "북한이 중대한 시험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기존 액체연료인 백두산 엔진 개량이면 이 말을 쓰기는 어렵다"며 "고체연료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중대한 시험'이 어떤 방향이든 간에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새로운 길'에는 한 걸음 더 걸어간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마무리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수위가 높은 무력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5500㎞이상의 ICBM급 미사일을 통한 위성 발사체 시험이나 사거리 3000~5500㎞의 중거리(IRBM) 발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의 발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지금까지 위성발사체를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로 써왔던 경향을 봤을 때, 현 단계에서 ICBM 능력의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키우려 하느냐를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연구위원은 "기존 화성-14형, 15형의 엔진을 가지고 위성의 수를 늘려서 다탄두화 관련 기술을 점검하는 방향으로 가느냐, 혹은 1단 엔진에 주엔진이든 보조엔진이든 고체연료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느냐, 혹은 그 모두를 다 하느냐에 따라 ICBM, SLBM의 다음 활동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평안북도 철산군에 위치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북한 ICBM 연구개발의 요람이다. 북한은 이곳에서 여러차례 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며 ICBM 발사체 시험을 진행했다.



2012년 북한은 자체 개발한 실용위성인 '광명성 3호'를 우주 궤도에 실어 나르기 위해 우주발사체인 '은하 3호'를 쏘아 올렸다.



당시 북한은 평화적인 우주 개발을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도 은하 3호 발사체를 장거리로켓 발사로 간주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2016년에는 광명성 우주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며 사실상 ICBM급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2017년 3월에는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고출력 엔진인 백두 엔진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백두 엔진은 ICBM급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의 엔진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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