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하는 사람
철학 하는 사람
  •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 승인 2019.12.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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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사람들은 철학이라 하면 점을 보는 집을 떠올리거나 과학과는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곤 한다. 이는 철학을 잘못 이해하여 생겨난 현상일 것이다. 철학이라는 용어는 희랍어 필로소피아에서 유래하는데 사랑이라는 말과 지혜라는 말의 합성어로 지혜를 사랑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물론 철학에서 말하는 지혜는 일상생활에서의 실용적인 지식 측면보다는 신관, 인간관, 세계관, 가치관 등 인간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근본 원리를 다루는 형이상학적인 측면이 강하다 보니 형체를 갖추고 있는 사물에 관한 지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철학은 접근하기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

또 철학은 과학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철학 하는 가운데 여러 갈래의 과학이 나왔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타당하다 하겠다. 예를 들어 “왜, 해는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는가?”의문을 갖고 철학 하는 과정에서 천동설이 나왔고, 더 연구하는 가운데 지동설이라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 것이다. 또 해나 달이나 별 등의 천체를 보며 철학 하다 보니 점성술이 나오고 천체 망원경이 개발되고 그 실체를 좀 더 가까이서 확인해 보려는 노력으로 우주선이라는 엄청난 과학의 산물을 남기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모두 다 철학 하며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아왔지만 평소 철학 하며 살아왔던 뉴턴만이 만유인력이라는 물리학 법칙을 찾아냈다. 사람의 삶에 있어서 철학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교장으로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며 살았는지, 어떻게 배우며 살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배웠는지 다 생각나지는 않지만 한마디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덕분에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 상당 부분의 배움은 의미 없는 시간의 낭비였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수업은 판서 위주였고 선생님과의 대화는 “선생님, 안보여요.”와 “선생님, 아직 다 못 썼는데요.”만 생각이 난다.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는 생각이 나는데 그것을 왜 배웠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수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었을 뿐 철학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새 학기 준비를 하며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살펴본다. 지식과 정보가 바다처럼 흘러넘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시대에 우리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꿈을 키워주고 끼를 살려주는 것도 좋다. 창의나 융합, 민주나 자치, 참여와 소통 그리고 혁신 등 수 많은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도 다 좋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왜 그러한 것들이 필요한지 스스로 철학 하게 하는 것이다. 철학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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