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수수께끼
인생의 수수께끼
  •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 승인 2019.12.0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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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사람 생각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행동으로 표출되기까지의 외향(外向, outward) 과정도 있지만 그 역의 과정, 곧 내향(內向, inward) 과정도 있다. 자신의 마음 깊은 곳으로 되돌아가다(還元) 보면 각 단계마다 인생의 수수께끼와 만난다.

처음 수수께끼는 타인과 어울려 살 때 생긴다. 살다 보면 싸움에 말려드는 경우가 있다. 싸우고 싶지 않은데 상대가 싸움을 걸어온다면? 대체로 정면충돌하지 않고 피한다. 싸우면 고놈하고 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이며,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놈이 나를 한 대 때렸다면? 그럼 갚아야지 하면서 나도 한 대 때렸다고 하자. 상대가 `왜 때려?'라고 물으면 나는 `네가 때렸으니까?'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때렸다고 네가 때려, 그게 옳은 일이야? 그게 정당하다고 하면 내가 때린 것이 잘못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네가 날 때린 것도 잘못이잖아?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 보면 이건 말이 안 되는 반론이지만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전투구를 하면 싸움에 말려든 사람 모두를 같은 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하려 하는데 고놈하고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면 상대가 쳐 놓은 그물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고놈하고 상대하면 고놈과 같아진다는 것이 수수께끼이다.

다른 사람과 연관된 인생의 수수께끼는 적대 관계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적대적 관계든 친한 관계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제약이 생긴다. 곧 자유롭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하고 어울려 산다는 건 인연을 맺는다는 것인데 모든 인연은 반드시 과보를 낳는다. 선한 과보이든 악한 과보이든 그것이 과보인 한에서는 선-악의 차이와 상관없이 반드시 갚아야 한다. 갚으려면 그 사람과 얽혀야 하고 얽히면 제약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생이다. 친한(선한) 사람과의 관계도 자신의 자유를 제약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인생의 수수께끼이다.

다음에 마주하는 것이 나(自我, self)의 수수께끼이다. 나는 다른 사람하고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하고도 싸운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하고 싸우는 것보다 나하고 더 자주 싸운다. 담배를 피울까 말까, 술을 마실까 말까, 선거에 출마할까 말까, 저놈을 죽일까 말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싶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다. 이런 갈등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왜 이것이 인생의 수수께끼인가? 하고 싶은 놈도 나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놈도 나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진짜 나인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이다.

더 심각한 수수께끼는 이런 갈등이 내가 전제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할 때 생긴다. 내가 전제되면 갈등이 생긴다고?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내가 없으면 되겠네? 내가 없어야 된다고? 어떻게 없애지? 내가 나를 없앨 수 있을까? 결국 자신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나를 없애야 하는데 내가 나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수수께끼이다. 내가 나를 없앤다면 없어지는 나는 없어지지만 없애는 나는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수수께끼가 있다. 삶은 모진 것이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죽여야(먹어야) 한다. 다른 걸 먹어야(죽여야) 하는 게 삶이라고? 그럼 사는 것 자체가 문제네. 산다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봐야겠네. 살아 있는 자가 삶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산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살아 있으면서 삶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문제가 되는 삶을 전제해놓고 삶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고? 살아 있는 자가 어떻게 삶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수수께끼이다.

사람들은 이런 수수께끼를 고민하지 않고 산다.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나 수수께끼라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 이런 수수께끼들을 푼 사람은 앞의 두 사람과 정말 다르며, 그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큰 대박이 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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