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주제 국립박물관 건립이 절실하다
고구려 주제 국립박물관 건립이 절실하다
  • 장준식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장
  • 승인 2019.12.0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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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장준식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장
장준식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장

 

박물관은 한 나라 혹은 한 지역의 정치·문화·생활사와 관련된 유물과 자료 등이 결집되어 있는 곳이다. 전시된 유물과 자료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조우하며,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딛고 있는 이 땅, 이 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깨닫고, 우리 민족 우리 지역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어떨 땐 그 속에서 현재의 문제를 이겨나갈 지혜와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박물관은 그 지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선조들이 남겨놓은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많다.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새겨놓은 광개토대왕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무심히 바라보면 그저 하나의 큰 돌덩이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과거 우리 선조의 치열했던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흘러간 옛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광개토대왕비가 우리 민족에게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여기에 한·일간 전쟁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한때 일본은 광개토대왕비 둘째 부분에 기록된 신묘년 기사를 근거로 일본이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 지역에 진출하여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주장하였다. 거기에 최근 중국정부는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의 변방 정권이었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힘을 싣기 위해서 슬그머니 일본의 해석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2012년 발견된 집안 고구려비를 집안박물관 1층으로 옮겨 중심 유물처럼 전시해놓고 고구려가 자기들 소수민족의 역사라고 강조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만약 일본과 중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한반도 남쪽은 일본의 역사로 편입되고 북쪽과 만주 일대는 중국의 역사로 편입되므로, 이는 결코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는 고조선과 요하문명 등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통로이다. 고구려의 역사를 잃으면 고조선의 역사를 잃게 되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충주에서 자랑스러운 고구려의 역사가 기록된 비석이 1979년 발견되었다. 국보 205호로 지정된 충주 고구려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고구려의 석비(石碑)로 현재 충주시 중앙탑면 용전리에 위치한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에 보존·전시 중이다. 하지만 고구려비를 제외한 많은 고구려 유물들은 신라·백제의 유물들과 달리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국내에서는 고구려의 역사를 제대로 느낄만한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도 역행되고, 역사를 찬탈하려는 중국·일본 등 인접 국가들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고구려 주제의 국립박물관 건립은 일본·중국과의 역사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강한 힘과 기상의 상징인 고구려를 이야기하고, 홀대받는 고구려의 유물을 균형 있게 전시함으로써, 이제껏 드러내지 못한 우리 민족 정체성의 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며, 향후 통일한국의 문화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구려 문화재가 다수 발견되고 있는 충주에 고구려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 연구할 수 있는 국립충주박물관이 건립되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하루빨리 추진되어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기상이 재조명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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