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잃어버리는 얼빠진 경찰 여전
수갑 잃어버리는 얼빠진 경찰 여전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12.04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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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5년간 21개 분실
최근 한달만 5건 보고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
범죄 악용 가능성 불구
면책규정 방패 관리 뒷짐

 

범인 검거·범죄 진압에 쓰이는 중요 장비인 수갑을 잃어버리는 경찰관이 줄지 않고 있다.

분실 수갑을 악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도 `공무 수행 중 분실=적극적 면책' 규정을 방패 삼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4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간 충북 경찰이 분실한 수갑은 모두 21개다. 연도별로는 △2014년 4개 △2015년 8개 △2016년 5개 △2017년 3개 △2018년 1개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한 달 동안 들어온 수갑 분실 보고만 5건에 이른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분실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청주 청원경찰서다. 청원서는 형사과와 오창지구대, 내수파출소에서 각각 수갑 1개를 잃어버렸다.

충북경찰청 수사과(1개)와 보은경찰서(1개)에서도 분실 사례가 확인됐다.

수갑 관리 실태가 엉망인 데에는 `솜방망이' 처분이 한몫한다.

수갑 등 물품 관리 태만에 대해서 징계를 내리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 제재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공무 수행 중 발생하는 수갑 분실은 `적극적 면책'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묻지 않는다.

고의·중과실에 따른 분실마저 대부분 주의·경고 처분에 그친다. 주의나 경고는 경찰공무원법 징계령에 규정돼 있지 않은 임의 징계 조치다.

수갑 분실이 `별것 아닌 일'로 치부되는 원인이다. 이는 곧 통상 수갑 납품 단가인 단돈 2만~3만원만 물어내면 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갑 분실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는 경찰관도 있다. 일례로 청원서 오창지구대 경관은 지난해 7월 23일 수갑을 잃어버렸지만, 보고는 1년이 훌쩍 넘은 시점인 지난달 12일이 돼서야 했다.

이와 관련해 충북경찰청 정보화장비과 장비관리계 관계자는 “(수갑 분실 시)바로 보고해야 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설명과 달리 `경찰장비관리규칙'제76조 6항에는 특별관리대상 장비인 수갑은 사용자가 분실 또는 손·망실한 경우 소속 물품 관리관에게 즉시 보고한 후 재지급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 조직 내에 안일한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주운 수갑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수년 전 충주에선 50대 남성이 경찰 수갑을 들고 도박장에 들어가 형사 행세를 해 판돈 2300만원을 뜯어 달아난 사건이 벌어졌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서울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주운 수갑을 범죄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갑이 지닌 무게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별일 없겠지'하는 생각이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도내 한 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중요 장비인 수갑을 분실하는 일은 공무원으로서 책임성과 윤리성을 저버린 데 따른 결과물로 볼 수 있다”며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을 강화해 분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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