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미학
어둠속의 미학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19.12.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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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밤이 요동치고 있다. 낮이 활보하던 시기가 지나고 사람들의 라이프 패턴이 변화하면서 밤에 즐기는 다양한 문화체험이 늘어나고 있다. 1970년~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야간에 즐길 거리가 `음주'문화 밖에 없었다면 2010년대에 들어서는 심야영화, 심야공연, 야간여행패키지, 야간문화행사 등 다양한 야간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문화유산도 이에 맞추어 야간에도 관람(개방), 체험,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문화재야행이다.

2015년 정동야행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전국으로 확산된 야행은 문화재가 집적·밀집된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의 특색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을 제공하는 문화재 야간문화 향유 프로그램이다. 문화재청에서 주최하여 올해까지 전국적으로 질적으로 또 양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2016년에는 10개 지역에서, 2017년 18개, 2018년 25개, 2019년 27개 등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충북에서는 청주 문화재 야행이 2017년부터 3년째 진행 중에 있다.

2020년에는 문화재 야행의 규모가 대폭 늘어나서 36개 지역에서 진행되며 충북에서도 청주 외에 옥천에서 야행이 진행되게 되었다. 36개 지역 중 군 단위는 고령, 보성, 고창, 홍성, 부여, 그리고 옥천까지 총 6곳이다. 쟁쟁한 도시들을 제치고 비교적 작은 지역인 옥천이 문화재 야행에 선정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재 야행처럼 야간에 문화유산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국민들에게 문화유산 향유권을 증대시킨다는 것 외에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불러일으킨다. 야간관광은 필연적으로 체류 효과를 유발시켜 낮과는 다른 밤만의 체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낮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관광과는 달리, 야간에는 식음-쇼핑-숙박이라는 체험 욕구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 매개체가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라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에게도 교육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 야행에는 경관 조명 등 시설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문화재 야행이 진행되지 않는 문화유산에도 야간 경관조명 등을 설치한다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야간의 볼거리를 또 하나 제공해 주어 하루 더 머물 이유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를 찾는 사람들은 밤에 보는 월정교와 안압지를 보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경주를 떠나지 않으며, 안동을 찾는 사람들도 달빛 아래 놓인 월영교를 보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안동에 머무른다. 가깝게는 부여의 궁남지, 공주의 공산성 등이 항시 경관조명을 통해 야간에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으며, 궁궐 야간 개장은 티켓이 오픈하면 수 분이 지나기 전에 매진되고 있다. 청주를 찾는 사람들이 밤중에 수암골에 올라 카페를 찾으며 청주의 야경을 바라보는 하나의 선택지뿐만 아니라 경관조명으로 옷 입혀진 상당산성 남문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1990년대에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가 있었다. 가사는 차치하고 이 노래 제목처럼 밤은 늘 낮보다 무언가에 집중하게 한다. 왜냐하면 어둠속에 일부만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중하게 되고 그 대상이 아름다워 보이게 된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그 자체로도 귀하고 아름답지만 밤이라는 극장 안에서 빛이라는 스크린 위에 올려진다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다양한 아름다움을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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