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오버코트의 변신
낡은 오버코트의 변신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12.01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엄마는 어릴 적 겨울옷은 모두 털실로 떠 입히셨다. 심지어 양말까지 털실이었다. 가끔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빠 스웨터를 풀어서 내 바지를 만들어 입히고 남는 실로 모자와 장갑을 다시 떠주시곤 했다. 그러나 따뜻했다. 가끔 골동품점을 지나다 들어가면 영락없이 어릴 적 집에 있던 찻잔이나 커튼 조각이 고혹하게 누워 있다. 털실의 선순환을 보고 자랐지만, 지금은 물자가 워낙 흔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돌아보면 떨어져 있는 연필과 지우개가 눈에 많이 띈다. 찾아가려고도 하지 않고 한번 책상 밑으로 떨어진 학용품은 당장 쓸모가 없으면 아이 기억에서 없어지나 보다.

『요셉의 낡은 오버코트가...?』를 읽을 때마다 어린 시절과 손에 한 번 들어온 물건은 재활용해서 살뜰하게 사용했던 엄마가 생각난다. 심스 태백이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주인공 요셉에겐 오래 입어 누덕누덕 천으로 기운 오버코트가 한 벌 있었다. 그는 오버코트를 재킷으로 만들고 재킷이 낡자, 조끼를 만들었다. 조끼를 입은 요셉은 조카의 결혼식에 가서 춤을 신나게 추었다. 낡은 조끼는 다시 목도리로, 또다시 넥타이로 변신을 거듭한다. 요셉은 변신한 넥타이를 매고 여동생 가족을 만나러 간다. 자신만의 창의력으로 낡은 넥타이를 풀어 손수건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레몬차를 마시면서 “브라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꼬질꼬질 오래된 손수건으로 단추를 만들었다. 멜빵바지의 단추를. 멜빵바지 단추를 만들었을 때는 마을 사람들도 찾아와 구경했을 정도다. 이 정도면 그의 세계관을 훤히 볼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멜빵바지 단추를 잃어버린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없게 되자, 요셉은 오버코트가 단추가 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이것 봐, 이젠 아무것도 없지만 이렇게 또 만들고 있잖아. 바로 이 그림책을!”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간명하고 짧은 이야기 속에 요셉의 유쾌하고 즐거운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다.

그림책을 자세히 보면 요셉의 옷은 기워입은 표시가 눈에 띄게 있다. 재킷을 만들어 입고 시장엘 가고, 리폼한 조끼를 입고 결혼식을 가고, 다시 리폼한 목도리를 두르고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눈동자는 요셉을 향해있고 심지어 가축들까지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요셉을 쳐다본다. 그러나 요셉은 항상 당당하고 즐겁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살기 때문이 아닐까. 창조적 삶은 요셉처럼 꾸밈없이 자기 본래적인 모습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을 때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충만의 확신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물건을 아껴 쓰는 것에 거창한 의미를 담아내는 듯하지만, 소소하게 아끼고 애틋해하는 마음과 무엇이든 귀하게 다루는 마음은 그 사람의 실존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끝까지 쓸모를 다하는 오버코트의 변신을 보며 어떻게 소비하느냐의 문제에 고민하게 된다. 그림책 한 권 읽고 났더니 괜스레 서랍장의 옷들이 실존이 되어 내게 걸어온다. 요셉의 창조가 단순히 무언가를 재생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재활용은 존재 자체이며 자기를 위한 예술활동이다. 교실 바닥에 떨어진 지우개가 자신의 일부라면 아이들은 그 지우개를 어떻게 다룰까. 아낀다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말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