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질서 흐리는 투기세력 단속해야
부동산 질서 흐리는 투기세력 단속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12.0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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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아파트는 언제쯤 사거나 팔아야 할까. 무주택자나 넓은 평형으로 옮겨가길 원하는 서민들은 분양시장을 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청주 분양시장에서는 부자들이 돈 놓고 돈 먹기 하듯 현금 잔치까지 벌어지고, `줍줍'(현금 부자들이 고가 아파트를 이삭줍는다는 뜻)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청주 테크노폴리스 지웰푸르지오가 미계약분을 선착순으로 모집하자 밤새 줄을 서는 현상이 벌어졌다. 서울, 수원, 대전 등 상당수는 외지인들이었다고 한다. 미분양관리지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수자들이 몰렸다.

지난 4월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서원구 모충동의 LH트릴로채도 이달 들어 500채가 넘게 분양됐다. 흥덕구의 지웰시티, e편한세상 등 기존 아파트도 최근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고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상대적으로 저점을 찍었다고 평가된 청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분양 중인 아파트의 상당수를 서울과 수도권, 대전 등지의 외지인들이 쓸어담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매물을 되팔아 이미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흥덕구 지웰푸르지오는 3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고 1년 뒤 팔면 5000만원까지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서울의 집값 오름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현 정부는 민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17차례나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집값은 주춤하다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며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많이 올랐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만큼 안정돼 있고 서민들이 `미친 전·월세'라고 얘기할 정도였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전·월세도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서울의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 데 없는 10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부산, 광주, 울산, 대전 등의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풍선효과가 관측된다.

그동안 청주는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인근 세종시에 가려 가격이 저평가된 지역으로 꼽힌다. 그래서 최근 갭 투자자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그렇다고 외지인의 자금력만으로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건 한계가 있다. 중도금이 없고 분양가의 10%만 손에 쥐고 있으면 1년 뒤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어서다.

기존 아파트도 수요가 갑자기 늘거나 일부 물건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면 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이 호가를 올리기 시작한다. 이때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추격매수가 이어지고, 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집값은 더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과열로 높아진 집값은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데 있다.

투자자들이 올려놓은 집값의 마지막은 결국 그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LH 트릴로채의 한 분양 담당자가 “분양이 잘돼 좋긴하지만 외지인들이 몰리면 결국 나중에는 지역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생각에 착잡하다”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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