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머니 약탈' 보이스피싱 기승
`서민 주머니 약탈' 보이스피싱 기승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12.01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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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최근 3년간 1813건 발생 … 해마다 증가
올해 92억7천만원 피해 … 2016년比 173% 폭증
피해 회복 사실상 불가능 … 예방만이 최선 `주의'
첨부용. /그림=뉴시스
첨부용. /그림=뉴시스

 

“안녕하세요 ○○은행입니다. 고객님 계좌 문제로 전화 드렸습니다.”

청주시 흥덕구에 사는 A씨(83)는 지난 7월 22일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기 건너 발신자는 본인을 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자칭(?) 은행직원은 A씨에게 “고객님 계좌에서 돈을 빼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 누군지 물어보니 달아났다. 예금을 찾아 집에 보관하라”고 알렸다.

놀란 A씨는 곧장 은행으로 향했다. 경황이 없던 터라 사실 관계 확인은 뒷전이었다. 그는 통장에서 1500만원을 인출, 집에 보관했다.

얼마 뒤 A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괴한이 침입했다. 범행은 쉽게 이뤄졌다. 여느 절도범과는 달리 현관문 비밀번호를 여유롭게 누르고 집에 들어온 괴한은 순식간에 돈을 들고 사라졌다.

사라진 돈은 특정 계좌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른바 `절취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은 순간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3개월간 수사를 벌여 중국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왕모씨(54·구속)를 유인, 검거했다.

A씨 집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 말레이시아 국적 여모씨(31)와 범죄 피해금을 중국 현지로 보낸 중국인 송모씨(49·여)도 구속했다. 국내 모집 송금책 김모씨(29·여) 등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총책, 콜센터, 절취책, 송금책, 인출책으로 구성된 해당 조직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7회에 걸쳐 4억7000만원을 가로챘다. 범죄에 사용한 계좌를 오간 누적 금액이 14억13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범죄 피해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민 주머니 약탈자' 보이스피싱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 고도·지능화한 수법을 밑바탕에 깐 범죄는 선량한 피해자를 끊임없이 양산하는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로 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피해는 날로 커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분석을 방증하듯 보이스피싱 범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1813건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507건 △2017년 584건 △2018년 722건으로 오름세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798건이 발생,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도내에서 일어난 보이스피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급전이 필요한 대상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대출사기형(2232건)'과 수사·금융기관을 사칭해 기망하는 `기관사칭형(379건)'이 대표적이다.

두 유형 모두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부당이득을 취하는 전형적인 악질 범죄다. 수법마저 워낙 교묘한 탓에 범죄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2016년~올해 10월 말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59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피해액은 92억7000만원으로 2016년(34억)과 비교했을 때 무려 173%나 폭증했다.

문제는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은 `예방만이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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