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뉴스는 `나에 관한 뉴스'
가장 큰 뉴스는 `나에 관한 뉴스'
  •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19.11.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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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제가 2000년대 초반 환경부를 출입할 당시 총선에서 낙선한 뒤 환경부 산하 기관장으로 임명된 A 전 의원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A 전 의원은 총선에서 사상 검증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끝에 낙선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 여파로 인지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만 아니면 어떤 기사라도 괜찮다”면서 “전국 어느 곳에 가도 자기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다”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6선 의원이 된 것을 보면 사상 검증에 휘말려 낙선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들은 본인의 이름이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뉴스는 `나에 관한 뉴스'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 정치인인 것입니다.



#최근 홍콩 시위와 구의원 선거 결과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우리나라에서는 선거법 개정이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위는 6개월째 이어지면서 1980년대 한국을 연상시킬 정도로 학생과 경찰의 충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또 선거법 개정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에게 가장 큰 뉴스는 아주 건강해보였던 주변 사람이 `폐암'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평소 건강관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제 입장에선 갑작스런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 관한 뉴스'에 이어 두 번째 큰 뉴스는 `내 주변 사람'에 관한 뉴스라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방일간지에 아주 간단한 내용이지만 부고 또는 결혼이 실린 `동정'면이 주목을 받는 것은 나 자신에 관한 뉴스 또는 내 주변 사람에 관한 뉴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지방일간지 중 작은 도시의 신문들도 종이신문의 쇠퇴를 피해가지 못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부고' 기사만큼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고향에 돌아와 교사로 퇴직한 80대 노인에 관한 기사가 상세하게 신문에 실릴 정도로 미국 작은 도시 신문들의 `부고'기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개방돼 있습니다.

그 노인에 관한 부고 기사 중 특이한 것이 있다면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붙잡혀 고생한 사실이지만 큰 굴곡 없이 삶을 마무리했다는 내용이고, 가족과 이웃의 사랑 속에서 영면했다는 내용입니다.

또 암으로 세상을 떠난 5살 소년의 부고 기사는 훈훈한 감동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저는 도내 신문사들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부고'기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할머니들이 “내가 살아온 것을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될 것”이라고 푸념할 정도로 각 개인의 삶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가치가 있습니다.

내 주변 사람 중 평범했지만 열심히 살았던 사람에 관한 부고 기사를 읽는다면 오랜만에 보는 `따뜻한 뉴스'로 그 신문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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