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엄상수 3
향엄상수 3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19.11.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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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관서와 강남을 편력하고도
총림을 드나들며 배불리 참구했네.
거기에 또 부르지 않은 벗이 있으니
맑은 바람 밝은 달과 구름이 그 셋이라.

반갑습니다. 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禪)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따스한 햇볕이 초겨울 도량을 비추고 있네요.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진퇴양난형 공안인 무문관 제5칙 향엄상수(香嚴上樹) 3입니다.

이 공안에서 향엄선사는 바로 이것에 대해 이렇게 설하고 있습니다. 입에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이것, 손에 가지를 잡지 않고 하는 이것, 발은 나무를 디디지 않고 있는 이것, 나무 아래에 있는 이것, 사람이 있어서 하고 있는 이 실체 없는 한 물건,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을 때 하는 이 이름 없는 이것, 대답하지 않으면 묻는 사람에게 그릇되는 이 모양 없는 이것, 만약 대답하면 떨어져 죽을 것인 즉 하는 이 말이 아닌 이것, 이때 이것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이 텅 빈자리, 허공처럼 텅 빈 마음 그것을 바로 이것이라 합니다.

결코 지식으로는 이 문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사량분별로 깨우치려고 했던 향엄선사는 결국 가지고 있던 모든 책을 불태워버렸습니다. 상이 다하여 끊어지면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는 법이 생생하게 변함없이 나타나게 됩니다. 법에 대한 간절함이 다하면 바로 이것이 나타나 통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 향엄상수의 장에서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바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는 말입니다. 입에 물은 나뭇가지를 놓아도 법에 어긋나게 되고 놓지 않아도 법에는 어긋나게 되지요. 또한 나무에 발을 디뎌도 법에 어긋나고 나무에 발을 디디지 않아도 법에 어긋나게 됩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천길 아래 절벽에서 한 발자국 떼야 하는 심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이것에 간절한 마음으로 통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인데요. 이래도 살고 저래도 살게 되어 수처작주 입처개진으로 가는 곳마다 주인공이 되어 진리의 땅이 된다는 말입니다.

향엄 선사가 말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 나무에 오르든 오르지 않든지 입에 나뭇가지를 물든 물지 않든지 손에 가지를 휘어잡든 잡지 않든 발을 나무에 디디든 디디지 않든 나무 아래에 사람이 있든 없든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묻든 묻지 않든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답하든 답하지 않든지 오직 이것 하나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이 마음이 분명하다면 본래면목(本來面目)의 그 자리에서 조금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살펴보고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5칙 향엄상수(香嚴上樹) 4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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