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의 미학으로 듣는 영화음악 ‘흐르는 강물처럼'
흐름의 미학으로 듣는 영화음악 ‘흐르는 강물처럼'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9.11.27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가을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옷매무샐 채우는 초겨울로 향하는 을씨년한 계절이다. 나이가 들수록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젊었을 때는 잊고 지내던 아버지의 추억이 언뜻 떠오른다. 퇴근 무렵 맥주를 한 잔 드시고 귀가 하실 때 늘 손에 들고 오시던 노란 카스테라 빵과 은근히 풍기는 향긋한 술 냄새가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막내아들이라고 옆에 끼고 누우셔서 “남자도 슬픈 영화를 볼 때는 눈물도 흘려야 돼”하시곤 했는데 돌아가시기 몇 해 전 아버지가 옛날에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해 주셨다고 하니까 전혀 기억을 못하실 때 몹시 서운하고 슬펐던 기억이 난다. 이런 가을날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그린 `흐르는 강물처럼'의 영화와 OST를 다시 들어본다. 미국의 뉴에이지 음악가 마크 이샴이 담당한 `A River runs Through It'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늦가을 풍경의 강가와 절제되고 애잔한 멜로디와 리듬이 영화음악과 함께 세월과 강의 흐름을 느끼게 해 준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1992년 개봉한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크레이그 셰퍼, 브래드 피트 주연의 작품이다. 전 시카고 대학 교수였던 노먼 맥클레인이 자신의 실화를 토대로 1976년 출판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예술적인 경지에 도달한 플라이 낚시의 환상적인 장면과 더불어, 가족 간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인생의 참 의미를 잔잔하게 그려 낸다. 소설이 처음엔 인기가 없다가 낚시인들에게 퍼지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영화는 지루한감을 주고는 있지만 천천히 지루함이 깃든 낚시처럼 뭔가 밀려오는 푸근함과 정겨움이 있는 영화다.

영화 제목에서 풍기듯이 흐르는 강은 인간의 삶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삶은 그냥 한자리에 머루는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흘러간다는 것. 아버지와 아들들의 삶이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가치관의 변화가 온다. 낚시에 비유하여 쓴 독특한 이야기다. 매클린 가족은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본 작품의 주인공 노먼과 그리고 세 살 터울의 동생인 폴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인 두 형제는 아주 다른 성격을 보인다. 권위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아버지는 두 형제에게 절대적인 존재로 비친다. 아버지의 성격은 감정표현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 원칙을 고수하며 아들들의 칭찬에 인색하지만 그의 엄격한 모습 뒤에는 낚시에 대한 열정과 문학, 시에 대한 사랑, 두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버지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엄격함 뒤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아들 폴이 죽고 난 후 목사인 아버지의 말들이 인상이 깊고 오래 남는다. “어린 시절의 궁금증은 적당한 때가 지나면 잊혀지고, 다시는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인생은 예술품이 아니고 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란 걸…”.

흐르는 강물처럼 한 번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올 수 없고, 정말 필요할 때,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돕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이해하고 속마음뿐 아니라 겉으로도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애잔함으로 음악과 함께 가을을 흘려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