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갈대, 그리고 달뿌리풀
억새와 갈대, 그리고 달뿌리풀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11.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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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감 따서 곶감 만들어 놓고 들깨 타작하고 늦었지만 마늘을 심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제야 새하얀 억새의 흔들림이 눈에 들어온다.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더욱 눈부시게 다가온다. 조금 다른 색의 달뿌리풀도 보인다. 가을은

억새, 달뿌리풀, 갈대의 계절인데 이들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우선 억새와 갈대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둘을 구별하는 방법은 서식지이다. 습지나 개울가, 호수 등 물가에 살면 갈대,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 산다면 억새일 확률이 높다. 반수생식물인 갈대는 건조하면 살 수 없지만 억새는 비교적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서식지 차이를 간단하게 나타낸 설화 한 토막.

어느 날 억새와 갈대, 달뿌리풀 세 친구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길을 떠났다. 산 능선에 이르러서는 바람이 너무 세어 갈대와 달뿌리풀은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잎이 아래쪽에 달린 억새는 시원하고 좋다면서 산에 머물러 살게 된다. 산을 내려온 달뿌리풀과 갈대는 개울을 만났다. 때마침 개울에 비친 보름달에 반한 달뿌리풀은 물에 비친 달을 보며 살겠다며 개울가에 남게 되었다. 둘이 살기에는 좁다며 더 넓은 곳을 찾아 혼자 길을 떠난 갈대는 바다를 만나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강가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억새와 달뿌리풀이 같이 사는 곳도 있고 달뿌리풀과 갈대가 같이 사는 곳도 있다. 억새는 갈대보다 조금 일찍 피는데 꽃이삭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새털같이 하얗거나 은빛 꽃이삭에 펼쳐진 부채처럼 가지런히 피우는 것은 억새, 보랏빛을 띤 갈색 꽃이삭을 풍성하게 피운 것은 갈대이다. 잎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갈대는 대나무와 비슷한 잎으로 넓지만 잎맥이 매우 가늘기 때문에 맨눈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억새는 잎이 좁고 중앙에는 흰색으로 뚜렷하게 잎맥이 있으며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억새는 굵고 짧은 땅속줄기가 있어 여기에서 줄기가 빽빽이 뭉쳐난다. 그러나 갈대는 긴 땅속줄기로 뻗어나간다. 갈대는 줄기가 굵은 편이나 속이 비어 있어서 바람에 따라 잘 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억새는 줄기 속은 꽉 차 있어서 만지면 단단한 편이다. 갈대와 억새 모두 키가 큰데 억새는 1~2m 정도 자라지만 갈대는 3m까지 자라 좀 더 크다.

그러면 갈대와 달뿌리풀은 어떻게 다를까? 이들은 같은 갈대 속 집안이다. 갈대는 땅속줄기가 있어서 옆으로 길게 뻗어나가며 마디에서 뿌리가 나지만 달뿌리풀은 땅 위로 뻗어가는 줄기(포복경)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의 개울가에 길게 땅 위로 기어가는 줄기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달뿌리풀이다. 달뿌리풀의 꽃이삭은 길고 좀 엉성한 편이다.

`으악새(억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대중가요 노랫말이다.

노랫말에 나오지 않는 달뿌리풀이 좀 서운할까? 억새와 갈대, 달뿌리풀. 늦가을 찬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저런 일에 떠밀려 지나온 가을. 지금이라도 나만의 가을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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