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원 - 공간
사람, 원 - 공간
  •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 승인 2019.11.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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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실내 미세먼지가 많은가? 비염 때문인가? 자꾸 재채기가 나오네, 공기청정기 하나 구입할까?', `구입보다는 임대가 나을 걸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도 정기적으로 해주니, 유지관리 차원에서나 향후 신제품이 나오면 재임대하면 좋잖아', `공기청정기 필터는 어떻게 되어 있지 필터나 필터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결국 버리는 거 아닌가? 그러면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들게 되는가? 공기청정기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생산하려면 연료를 사용할 거고?', `다른 좋은 방법 없을까?', `있지만 쉽지 않을걸!', `실내에서 실내로 연결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자신만의 폐쇄된 공간에 익숙해져 패턴을 바꾸기가 어려울 듯'. `1인 가구의 주거형태, 컴퓨터 모니터, 휴대폰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예전에는 주거 공간이 좁아도 마당이 있고, 집을 나오면 골목이 바로 이어져 그리 답답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의 주거형태는 격리된 공간의 반복과 창을 통해 보이는 높다란 벽이 사람을 더욱 외롭고 획일화시키는 곳이 되었다. 자연의 변화를 통해 다감각기능이 발달되고 뇌가 활성화되는데, 공간은 더욱 획일화, 단절되는 구조다. 이제는 답답하다는 감각마저 무뎌지고, 더욱이 휴대폰이라는 한정된 틀에 집중되고 그 안의 세상에서 변화를 찾게 되었다. 일부는 카페, 커피숍에서 공간을 소비하고, 평일 답답한 실내공간의 생활에서 주말만이라도 자연의 변화를 찾아 야외를 찾지만,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쁜 숨을 쉬며 뒷사람의 발꿈치만 쳐다보는 한정된 시야에 만족해야만 하는 방식이다.

좁은 공간일수록 공간을 분리하는 구조를 제거하고, 자연의 변화요인으로 구성한다. 문과 턱을 없애고, 자연의 톤으로 연출한다. 인간의 원초적 `생물친화성'의 한 부분이 좁은 공간에 변화요인으로 작용하여, 열린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열린 공간은 사람을 위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건물 자체를 수직정원화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탈리아 출신의 스테파노 보에리의 건축은 인구 밀집 지역에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미기후(microlimate, 좁은 특정 지역의 기후)를 만들어 냈다. 녹색 가득한 집을 제공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도시 공기를 정화시키는 주요기능을 담아내면서 말이다. 인간의 다감각, 촉각정보를 해석하는 다양한 활동을 도와줄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 페터 춤토어(Peter Zumthor)도 작품을 통해 정서적 울림이 큰 장소를 만들어 냈다.

공간은 사람을 현명하고 창의적으로 만들거나 멍청하게도 한다. 사람이 만든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그래서 좋은 공간디자인이라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어야 한다. 자연은 사람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좋은 공간디자인에 자연을 녹이려는 일련의 노력이 설계·시공이 되고, 사람들의 관심사다. 좋은 공간은 기능적인 것만이 아닌 정서적 삶의 기본이다. 인공적인 것을 자연인양 포장하고 그것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정서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린 공간을 재생이라 우기는 사람으로 변질되었다. 철학이 없는 공간, 죽은 공간, 현대적 이기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 놓고.

조그마한 마당이 딸려 있는 조경, 자연이 녹아있는 공간은 아침 창문을 통해 부서지듯 들어오는 햇살과 마당 한쪽 새들이 연신 부리를 쪼아대며 지저귐이 알람임을 즐긴다. 문을 열어 볼을 차갑게 하는 찬 기운도 싱그러운 공기로 받아들일 수 있음이다.

우린 지금 자연광도 외부의 자연적 변화도 느낄 수 없는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떠한 상상력도 불러일으킬 수 없는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합리화하고 강요하는 공간의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공간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정원, `사람, 원'이 되어야지, 폐쇄된 틀 안의 `사람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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