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人災 끊이지 않는 충북
후진국형 人災 끊이지 않는 충북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11.26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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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도시가스관 교체 공사장서 용접공 질식 `중태'
청주고용지청 조사 결과 감시인·안전교육 등 전무
충주 제조공장선 가스 누출 … 근로자 3명 병원 이송
제천 왕암동·청주 오창 공장서 폭발사고도 잇따라
관계기관들 사고때마다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만
대부분 안전불감증 탓 … 근본적 재발 방지대책 시급

산업 현장에서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질식사고부터 유해 화학물질 누출·폭발에 이르기까지 사고 유형은 다양하다.

산업재해 대부분이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하는 만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5시 50분쯤 옥천군 옥천읍 구일리 한 도시가스 관 교체 공사장에서 60대 용접공이 질식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A씨(64)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직경 50여㎝ 크기 배관 내부에서 용접 비드(용착 부분에 생기는 띠 모양의 볼록한 부분) 정리 작업을 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배관에 들어가기 전 외부에서 배관 연결을 위해 아르곤 용접을 했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에는 `감시인'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이나 안전장비 착용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법(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밀폐 공간 작업 시 감시인을 지정, 외부에 배치해야 한다.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안전장비 착용도 마찬가지다.

질식사고는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다. `청주 모 유제품 가공업체 정화조 배수 작업자 3명 사망(2016년 8월)', `청주 청원구 축사 사료 배합통 청소 근로자 2명 사망(지난해 4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질식 재해는 인명 피해로 직결되고 있다. 심각성은 수치로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최근 5년(2013~2017년)간 발생한 질식 재해자 수는 177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 인원은 93명(52.5%)에 이른다.

일반 사고성 재해 사망률이 1.2%인 점을 고려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산업 현장을 사지(死地)로 전락시킨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유해 화학물질 누출·폭발이다.

지난 22일 오후 5시57분쯤 충주시 주덕읍 한 2차 전지 제조공장에서 성분을 알 수 없는 가스가 누출돼 근로자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사고는 2차 전지 소재 리튬솔트 제조 공정 중 액체 혼합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내 사고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13일 제천시 왕암동 한 정밀화학 연구개발 업체에선 폭발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어 8일 뒤인 21일 청주 오창읍 반도체용 화학 부품 소재 공장에서도 시료 작업 중 폭발이 일어나 3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학물질취급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4년~지난해 7월 기준 화학물질 사업장 내 산재 사망 노동자는 모두 1428명이다. 부상이나 질병을 얻은 재해자는 무려 4만9845명에 달했다.

특히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파열·화재 △화학물질 누출·접촉 등으로 숨진 노동자만 100명으로 집계됐다. 재해자는 2169명이나 됐다.

같은 기간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산재 미보고 건수가 1055건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고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안전 지식'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산업재해 후진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술사(공학박사·유튜브 채널 이송규 안전TV 대표)는 “사고가 날 때마다 관계기관 등에서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며 “산업 재해를 결과론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한 문제로 인식할 때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이 도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근로자나 관리자가 안전 `의식'보다 한층 더 강화된 개념인 안전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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