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페이가 성공하려면
청주페이가 성공하려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11.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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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시가 다음 달 17일부터 지역 화폐인 청주페이를 출시한다. 지역 내 소비촉진으로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로 시는 올해 1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불카드 형태로 발행할 청주페이는 50만원을 선 결재할 경우 인센티브로 최대 55만원까지 적립해줌으로써 지역화폐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유통, 사행업소 등만 아니면 기존 체크카드처럼 청주페이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만 사용 가능한 온누리 상품권과는 차별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청주시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펼쳐보이고 있지만,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 기존에 잘 운영해 온 온누리 상품권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반응과 함께 지역에서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화폐를 발행하면서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청주시는 최대 10%에서 6%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늘면 늘수록 재정적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구 90만 도시를 향해가는 청주시에서 100억 원 대의 지역화폐 발행이 큰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센티브도 첫 출시를 홍보하고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를 시험대로 삼아 청주페이 발행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운영에 따른 철저한 분석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발행에 앞장서는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순환경제 구축으로 지역의 자본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대 효과 때문이다. 지역화폐를 사용함으로써 지역의 소비자와 판매자 간 현금이 직거래 되고, 자금이 지역에서 순환하는 구조로 이어지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경제활동방식인 것이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지역화폐제도는 1997년 우리나라에 도입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방분권이 뿌리내리면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2018년 기준으로 전국의 64개 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지자체에서 도입해 상용화한 것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사업 성과는 검증된 셈이다.

첫 출시를 알린 청주페이가 성공적으로 시행되려면 지역화폐의 한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지역화폐란 말 그대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청주지역 외 지역에서는 사용이 불가하다. 따라서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려면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 형성이 필수 요건이다. 몇몇 공동체 구성원만의 유통에 그칠 경우 경제적 불균형과 더불어 유통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운영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청주시의 과제다. 청주페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재정관리나 운영, 갱신 등의 관리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청주페이 사용자를 늘리려면 지역의 소비자들을 끌어낼 동인이 필요하다. 현재 제시된 소득공제율은 기존의 체크카드와 같은 30%이다 보니 구매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외상과 무이자 할부 등 신용카드의 편리함을 아는 고객들이 청주페이로 결재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청주시부터 모든 결제를 청주페이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략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고민하고 전략을 수립한 정책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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