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 노사 지혜 모아야 한다
주52시간 근로제 노사 지혜 모아야 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11.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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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정부가 주52시간제 시행에 관련한 보완대책을 내놨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코앞으로 다가온 혼란을 피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보완책은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 때만 허용하고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해 일시적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를 포함했다.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을 위해 충분한 계도기간도 부여하기로 했다.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노동계를 의식해 제도의 근간은 지킨 절충형 모양새다.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제도 확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고심이 엿보인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작년부터 시행된 주52시간제는 안착해가고 있다. 근로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저녁이 있는 생활이 정착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혁신이나 자금의 여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2만7000여개에 달하는 300인 이하 사업장은 상황이 다르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인력 채용을 늘려야 하는 게 경영에 큰 부담이다.

대상기업 중 39%는 준비 중이라거나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농축산, 건설 등 성수기와 비수기가 구분되는 업종은 주 52시간제 시행 유예나 유연한 적용을 호소해왔다.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것은 중소기업에 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근로시간 단축 안착의 성패는 중소기업에 달렸다.

정부의 이번 보완책은 이런 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경영계가 반기는 것만은 아닌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 300인 이상 기업 200여개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기업의 22%는 `근로시간이 빠듯하다', 38%는 `근로시간에 유연성이 없다'고 응답한 게 이런 주장의 근거다.

이런 조사 결과를 내세워 기업들은 탄력근로제의 최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의 보완책이 법이 규정한 주 52시간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를 중소기업에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려는 것은 노동 존중 사회를 지향하는 입법 취지를 해친 것이라는 노동계의 불만은 이해할 만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국회의 직무유기 책임이 크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여타 유연근로제 확대를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빠지긴 했지만 사회적 타협을 국회가 방치하고 있다. 국회는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것은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자칫 사용자의 장시간 노동 강요 통로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야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철저한 현장 감시와 보완 장치를 만들어 노동계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절충점을 찾아 보완 입법을 연내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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