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게 받는 영혼의 위로
BTS에게 받는 영혼의 위로
  • 김호숙 시인·청주 새터초 교장
  • 승인 2019.11.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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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호숙 시인·청주 새터초 교장
김호숙 시인·청주 새터초 교장

 

포리스트 카토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디언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작은 나무로 불리는 쬐그만 아이를 감동적으로 만나게 된다. 아이가 고아가 되었을 때 친척들이 누가 맡을 것인가를 의논하는 중에 아이는 할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질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키워진다. 유일하게 글을 아는 할머니가 사서에게서 빌려온 책을 읽어주며 글을 배우고, 지혜로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툭툭 던져지는 진리들이며 영혼의 마음에 대한 울림이 있다.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 게 좋아', `남자란 아침이 되면 모름지기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거야', `남에게 무언가를 그냥 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훨씬 친절한 거란다.`

교육이란 것은 두 개의 줄기를 가진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고 표현한다. 한 줄기는 기술적인 것으로, 앞으로 발전해 가는 법을 가르친다. 또 한 줄기는 굳건히 붙들고 바꾸지 않을수록 좋다. 그것은 가치라고 불린다. 가치들을 배우지 않으면 기술면에서 아무리 최선의 것을 익혔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 쓸모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산과 교감하며 지내는 정스럽고 훈훈한 삽화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에 다다르게 되지만 `슬퍼하지 마라 그것이 자연의 이치란다'하는 음성이 들릴듯한 여운을 남기고 영혼이 따뜻했던 시절이었음을 잔잔하게 느끼게 된다.

교육에서 변화의 의미를 두 개의 줄기로 구분한다면 전자는 시대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의 변화나 교육 내용, 방법 등을 들 수 있으며 교육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최신의 것들을 받아들여 교육의 선진화를 이룰 필요가 있는 부분은 변화를 시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굳건히 붙들고 바꾸지 않을수록 좋은 가치적인 면에서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 줄기의 변화로 인해 교육이라는 나무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일이 염려로 이어진다.

교육정책의 변화는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거론되는 것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이슈화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대학수학능력 시험 전 BTS(방탄소년단)가 수험생들에게 `수고했다 아미(팬 이름)들'하며 메시지 낸 걸 보고 수능생들이 영혼의 위로를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떠올려보았다.

BTS는 청소년들에게 `너 자신을 사랑해'라고 전달하고, 자신들이 겪어온 이야기를 노래가사로 전하며, 자신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다. BTS와 팬들 사이엔 공감대가 있어서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고 함께하고 있음을 늘 느끼게 한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거론할 때 한 번쯤은 아이들 가수 BTS에 열광하는 학생들의 영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수능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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