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가피
불가사의한 가피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11.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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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얼마 전 제부도에 갔었다. 제부도는 섬인데도 불구하고 배로 가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이곳은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만 길이 드러났다가 다시 물이 차오르면 바다로 변한다.

바닷길이 열리는 것은 조석간만의 차 때문이다. 조석이란 해수면이 달의 인력에 영향을 받아서 높아졌다 줄어졌다 하는 현상인데 제부도는 그 지형이 바닷물이 빠지면 그 길만 드러나게 되어 있는 형태라서 그렇다고 한다. 밀물과 썰물이 매일 일정한 양이 들어오고 나가는 게 아니다. 달과 지구의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밀물과 썰물의 양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물이 많이 나가고 또 많이 들어오는 때를 `사리'라하고 물이 조금 나가고 조금 들어오는 때를 `조금'이라고 한다. 사리 중에서도 좀 더 많이 들어오고 나가는 때에 바닷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진도에서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4m 이상일 때 해할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봄가을에 간만의 차가 심한 이른 새벽에 해할이 잘 일어나는 데 열린 바닷길의 너비는 30~40m로 1~2시간 정도 지속된다.

성경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예루살렘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는 도중 홍해를 건너기 위해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바다가 열렸다는 이야기가 모세의 기적이다. 과학적 근거에 의하면 홍해가 갈라지는 것도 조석간만의 차이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일들이 기적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삶 속에서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증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음은 간과할 수 없다. 기적이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서 좋은 영향을 줄 경우,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행복한 일이라면 과학적인 증거가 뭐가 필요하겠는가?

어느 스님의 책 출간을 도와준 적이 있다. 스님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글인데 21세기 황당하고 믿기 힘든 이야기들로 수록되어 있었다. 과학적으로 믿기 힘든 일들 즉, 기적이다. 이처럼 기적은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기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간절함이 있어야 된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다 내려놓을 때 비로소 경지에 이르는 것 같다. 그때 비로소 몸속의 병을 이기게 되는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일지도 모른다.

볼일이 있어서 청주에 가던 중 신호대기에 서 있는데 뒤에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다. 비켜주고 싶었지만 신호대기 중인 차들이 4차선에 꽉 차 있었다. 신호는 길어지고 사이렌 소리는 더 다급하게 들렸다. 그때 뒤에 있는 차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차선과 차선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차들이 빼곡히 붙는 게 아닌가. 다른 차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조금씩 움직여 구급차가 지나갈 길이 열렸다. 처음에는 안 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누군가의 작은 움직임으로 인해 안 된다 하더라도 하는 데까지 해 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그 순간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것 같다. 차선 사이로 빠져나가는 구급차는 비상깜빡이를 켜고 고맙다는 듯이 더 힘찬 사이렌 소리로 답례했다. 점점 멀어지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니 감동이 밀려왔다.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았다.

그 순간이 나에겐 기적이고 불가사의한 가피였다. 기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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