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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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11.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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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누릴 만큼 누려 주변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관심 없다. 가난하면 무능력을 탓하면 되고 일자리가 없으면 불경기를 탓하면 된다. 잘못한 일은 남 탓이고 잘한 일은 모두 내 탓이다. 정치인이 살아남는 방법일 수도 있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외치던 수많은 정치인이 또다시 꿈틀댄다.

내년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표(票)를 먹고사는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재래시장도, 경로당도 표심을 잡기 위한 발걸음으로 북적일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때아닌 불출마 바람이 불고 있다. 초선의원, 중진의원은 물론 깃발만 꽂으면 당선증을 받을 것 같은 유력 인사까지 불출마에 합류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3선의 김세연 의원(자유한국당)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세연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며 한국당의 쇄신을 강하게 요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창나이인 김 의원이 앞장서 불출마 선언을 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말들”이라며 “당은 다르지만 지금 정치권의 현재를 보면 매우 뼈아프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적당히 이합집산하는 눈속임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며 “낡은 과거와 과감히 결별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만이 야권이 사랑받는 길”이라고 밝혔다.

정치의 단맛을 기억하는 정치인이 정치를 그만두는 것은 자식을 호적에서 파내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불출마를 선언한 국회의원들이 정치판에 던진 메시지는 변화와 혁신이었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총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총장 선거에 재학생 전체가 표를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총장 직선제가 부활해 학생 표가 반영됐지만 당락을 좌우하기에는 미미(微微)하다.

한국교원대학교는 28일 제11대 총장 임용 후보자 추천 선거를 치른다. 출마자 4명이 내건 공약을 들여다보니 교수 및 직원 각 30만원 상당 종합 건강검진비 지원, 교원대 세종캠퍼스 추진, 초과 강의료 인상, 교수 아파트 리모델링, 교육·복합 컨벤션 구축 등 등록금으로 생색낼 일이 많았다.

국립대 학생 등록금 전액 지원 추진(전국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와 협력)을 내건 후보도 있지만 정부가 내세운 반값 등록금부터 실현돼야 가능한 일 아닐까.

교원대는 총장 후보는 넘쳐나는 데 총학생회는 매년 후보자가 없어 학생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임용시험 준비로 학생들은 선거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올해도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자가 없어 등록기간을 연장했지만 등록자가 없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비상대책위원회로 가동된다.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른 다른 대학을 보니 학생들이 내건 공약이 취업 캠프 확장, 취업 관련 특강 및 교과목 개설 등 취업관련 내용이 많다. 취업이 얼마나 절실한지 학생들만 아는 것인지.

대학에선 총장들이 학생들의 살길을 찾아줘야 하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살길을 찾아 줘야 한다.

정치권이 불출마를 계기로 물갈이를 외친 것이 소속 정당을 지키고, 대학 총장 후보들이 혁신을 외친 것이 당선을 위한 제 살길을 찾는 전략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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