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 앞에서도 당당했던 옥천의 인물 우암 송시열
사약 앞에서도 당당했던 옥천의 인물 우암 송시열
  •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 승인 2019.11.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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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우암 송시열이라고 하면 조선 후기 최고의 성리학자이며, 조선 후기 정치사에서 가장 치열한 삶을 살다간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암 송시열의 유적이 괴산에 많아 우암 송시열을 괴산 출신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옥천출신이다.

괴산군 청천면의 화양동계곡에는 화양서원터와 만동묘터를 중심으로 암서재, 읍궁암, 애각서적, 우암의 묘소와 신도비 등 송시열과 관련된 수많은 유적이 있다. 화양서원은 우암 송시열이 은거하였던 곳에 세워진 서원으로써 조선시대 학자들의 결집 장소였으며, 만동묘는 임진왜란 때 조선이 위급하자 지원군을 보내준 중국 명나라 황제 신종과 의종의 위패를 모신사당으로서 그 흔적이 잘 남아있다. 이 외에도 화양동에는 충효절의 비례부동 등 많은 애각사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우암 송시열의 북벌과 문화민족의 자존심과 나라사랑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 있다. 특히 이곳은 조선성리학의 중심지로서 일제에 의해 민족자존이 철저하게 훼손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제는 역사적 사실을 날조하고 왜곡하였으며 오늘날 파괴된 유적지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괴산이 아니라 옥천군 구룡촌 외가에서 태어나 26세가 될 때까지 옥천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옥천사람이 분명하다. 후에 대전 회덕의 송촌과 비래동 등지로 옮겨가며 살았기 때문에 우암 송시열 선생을 회덕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8세 때부터 친척인 송준길의 집에서 함께 공부하게 되어, 훗날 이 두 분의 대학자를 일컬어 양송(兩宋)으로 불렀다. 12세 때 아버지로부터 격몽요결과 기묘록 등을 배웠으며, 성장하면서 김장생에게서 성리학과 예학을, 그리고 뒤에는 그의 아들 김집 등의 좋은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계속 받았다.

27세에 과거에 장원급제했는데, 이때부터 송시열의 학문적 명성이 알려졌고 29세 때는 봉림대군(후일의 효종)의 스승으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1년간 효종과 특별한 관계는 송우암의 일생을 좌우하게 되었다.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치욕을 당하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인질로 잡혀가자, 좌절감 속에서 낙향하여 10여 년간 일체의 벼슬을 사양하고 전야에 묻혀 학문에만 몰두했다.

1649년 효종이 즉위하자 존주대의(尊周大義·춘추대의에 의거하여 명을 중화로 청을 오랑케로 구별)와 복수설치(復讐雪恥·청에 당한 수치를 복수하고 설욕)를 역설하며 효종의 북벌 계획의 핵심 인물로 청을 정벌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1659년 5월 효종의 갑작스런 죽음과 조대비의 복제 문제로 예송이 일어나고, 현종에 대한 실망으로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다. 낙향한 곳이 바로 화양동서원이다. 이후 현종의 부름을 받아 잠시 조정에 나아가 벼슬을 했을 뿐 송우암은 계속 이곳 화양동에 머물러 있었다. 재야에 은거해 있는 동안에도 사림세력의 중심으로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조선후기 치열했던 예송논쟁과 경신환국, 기사환국 등의 한가운데서 유배와 복직을 거듭하다가 결국 제주도로 유배됐다. 그러다가 그 해 6월 서울로 압송되어 오던 중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죽었다.

우암 송시열은 조선후기 양난(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 붕당정치가 가장 극심하던 시기인 17세기 조선에서 붕당정치의 한가운데서 사회의 재건과 국가적 민족자존의 회복, 조선이라는 나라가 도덕적 문화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단풍이 붉게 물든 화양동 계곡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실천적인 지식인의 표상인 우암 송시열 선생을 만나러 가야겠다. 거짓말과 비겁한 변명만 일삼은 치졸한 인간이 아니라 지행일치의 삶을 살다가 사약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소신을 지키던 진정한 선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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