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은 공염불인가
`자주국방'은 공염불인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11.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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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종료에 반대하는 미국의 목소리가 심상찮다.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려는 시도도 야멸차고 집요하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야박한 태도에서는 호혜와 의리로 맺어져야 할 동맹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해 지소미아 종료는 우리 정부가 의도적으로 취한 조치가 아니었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 데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 일본의 우대국 제외조치는 반도체 등 한국 주력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 급소를 찌른 공격이었다. 한국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이유를 달았다. 우방을 안보불량국으로 낙인찍으며 제기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속좁은 보복조치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솔직히 우리에겐 마침 만기가 돌아오는 지소미아 말고는 일본의 횡포에 대응할 변변한 수단도 없었다.

지소미아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일본이 우방을 모독하며 강행한 부당한 조처를 철회하면 된다. 그런데 미국은 먼저 멱살이 잡힌 한국만 타박한다. 동맹국으로서 최소한의 의무감이나마 있다면 일본도 함께 비판하는 양비론이라도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만 좋아할 일을 한국이 하고 있다”고 우리만 내내 공박할 뿐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주한·주일미군을 보는 보통 미국인들의 생각을 이렇게 전했다. “왜 그들이 거기에 필요한가. 돈은 얼마나 드는가. 한국과 일본 같은 부자 나라가 왜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가”. 자국 국민을 발언에 동원했지만 매사를 실리와 돈에 연결짓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읊은 것이다. 요구하는 금액도 올해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5조8000억원)에 달한다. 터무니없는 액수를 산정했지만 납득할 만한 근거나 설명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군 주둔비용 100%를 부담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적이 있다.

여차하면 미군철수 카드로 압박하겠다는 저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서 밀리 미 합참의장이 미국 국민의 생각이라며 한 말 중에서 결정적 대목이 새삼 떠오른다. 미국 국민보다 한국 국민이 심각하게 자문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왜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는가? 지소미아와 방위비 문제에 미국이 시종일관하는 고자세에서는 미군철수 카드를 꺼내 들면 한국 정부가 바로 꼬리를 내릴 것이라는 확신이 엿보인다. 그 확신은 타당한 것인가?. 이제 이 의문에 답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북한보다 6배나 많은 국방예산을 써온 나라에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바로 북한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여전한 이유를 말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리의 미사일 능력이 북한보다 훨씬 우세하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얼마 전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남·북한 미사일 전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능력은 우리 안보에 아주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국민도 이런 자신감을 청와대와 공유하고 싶다.

청와대는 `자주국방'에 의구심을 품는 국민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답을 주기 바란다. 미국을 구세주로 받드는 보수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동맹군이 아닌 용병에 의지해 국토를 지키는 나라가 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부터 덜어낸 후 의연하게 굴욕을 강요하는 비뚤어진 동맹관계를 바로잡아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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