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튜브가 무섭다
나는 유튜브가 무섭다
  •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19.11.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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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제가 신문사에 입사할 당시 지역뉴스는 신문이 방송보다 우위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지방일간지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인 이장, 반장, 통장까지 모두 구독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전국 일부에 남아있는 `계도지'는 그때는 충북에서도 있었고 도내 모든 자치단체가 예산으로 구입해 이장, 반장, 통장은 물론 새마을지도자까지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그러나 계도지가 없어지고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신문사들의 경영이 하나둘씩 어려워지면서 TV방송이 지역뉴스의 최강자로 발돋움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2000년대 초반 제가 서울의 한 라디오방송국에서 근무할 당시 고착화됐고, 뉴스통신사 기자로 고향에 돌아올 때는 신문을 위한 기사보다 TV방송을 위한 기사를 쓴 적이 훨씬 많을 정도로 대대적인 뉴스 시장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방일간지 기자로 출발해 나중에 사장까지 된 고등학교 선배가 저와 단둘이 가진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선배는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곧바로 튀어나오지만 서서히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나오지 않다 결국 죽게 된다”고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지방일간지가 계도지의 달콤함에 안주하다 끊임없이 혁신을 하지 않았던 결과에 대해 후회한 것입니다.

최근 그 선배의 말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유튜브'의 무서운 영향력 때문입니다. 저 역시 TV업계의 안락함을 만끽하다 최근 5년 새 TV시장의 쇠퇴를 절감하는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적인 `유튜브'가 출현하면서 `미지근한 물 속 개구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제가 아는 한 병원의 원장은 학교 선배로 만나면서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그 원장은 청주에서 가장 성공한 의사 중 한 명이지만 세금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전문적인 경제용어를 사용하면서 아주 치밀하게 경제정책을 비난합니다.

그 원장이 경제지식을 습득하는 창구는 유튜브 방송인 `OOO TV'입니다. 이 유튜브 방송의 조회 수는 최고 312만회에 달하고 구독자 중 상당수가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로 추정됩니다.

저 같은 대기업 임원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높은 `OOO TV'의 광고 효과까지 주목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로 유튜브 방송이 정치적 영향력까지 획득한 상황에서 경제 분야까지 유튜브가 잠식할 경우 지금도 어려운 TV시장의 광고 하락세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저는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언론계는 종이신문과 TV 등 전통 미디어가 위기를 맞는 반면 새로운 1인 미디어가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신문사들이 스마트폰 등장을 예상하지 못하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다 “이제 한국에는 네이버와 다음 기자밖에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쇠락했지만 신문사에서 기자 개인의 유튜브 방송으로 스타 기자를 키워낸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도 언젠가 퇴직한다면 TV로 방송됐던 `노영원의 파워인터뷰'를 유튜브로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오히려 유튜브가 언론 생태계를 건전한 경쟁의 구도로 끌고 간다면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기자들이 활동할 공간이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두려움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이제 전통 미디어들은 유튜브를 무서워하지 않고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할 시기입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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