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에 대한 관점
학점은행제에 대한 관점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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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지성이 인간 세상의 질서를 잡아주는 기능을 하므로 교육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현재 진행하는 교육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우리의 미래이기에 교육정책은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인간은 짐승과 달리 학습을 통해 공동체 사회에 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만큼 교육은 참으로 중요하다.

교육도 과학의 발달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회를 놓친 학습자들에게 다양한 교육모델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시대성이 요구되는 교육 방침이더라도 반드시 인간의 삶의 질적 향상과 정신을 고취하는 이로운 교육이어야 한다. 인간을 퇴보하거나 도태시키는 교육이라면 아니 한 것만 못하다. 요즘은 학교 교육 외에 사설 기관에서 인터넷으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학점은행제)에서 자격증이나 학위취득을 할 수 있어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받는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사이버대학 프로그램을 평생교육정책의 하나로 사설기관에서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

학점은행제는 1995년 5월,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열린 평생학습사회의 발전을 조성하는 새로운 교육체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학점인정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1998년 3월부터 시행되었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 과정을 마치면 학점인정을 통하여 학력 인정과 학위취득의 기회가 주어지는 열린 학습, 평생학습사회를 구현하는 제도이다.

일반 대학교와 학점은행제가 동일한 점은 학위취득 시 법적으로 동일한 학력을 인정받으며 자격취득이나 취업, 진학할 수 있다. 다른 점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스스로 표준교육과정(전문학사, 학사, 타전공)을 기준으로 필요한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것이 학습은행제이다. 필요한 교육과정에 따라 등록(신청)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학습자 등록, 전공과목 신청, 학점인정 신청, 학위 신청 등록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한다.

만학도나 새로운 전공을 공부하고자 하거나 중도에 포기한 학업을 지속하고자 하는 학습자,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위취득을 원하는 자,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람들이 하는 교육시스템이다. 요즘 인기 있는 전공은 사회복지사, 청소년상담사, 한국어교원 등이다.

오프라인 교육에 익숙한 나는 얼마 전에 우연히 학점은행제로 시행하는 한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에 동참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3시간 이상 강의를 되풀이해 들으며 중요한 부분은 꼼꼼히 기록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얼마 못 가서 예정된 시간에 출석을 못 하는가 하면 학기 중간에 리포트 작성과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그만 지치고 말았다.

시험은 인터넷으로 보는데 처음에는 문제 읽기도 바빠서 뒤에 나오는 문제는 거의 놓치고 말았다. 한 학기가 지나고 나니 요령이 생겼다. 듣지도 않으면서 인터넷을 접속해 놓고 볼일을 봤으며 시험도 오픈북이라 키워드만 잘 찾으면 답을 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한 학기는 한국어교원을 배출하는 대학교에서 참관수업으로 15주간 3시간씩 교안을 짜서 발표했다.

학우 대부분이 인터넷 강의보다 현장에서 시행하는 참관수업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정보를 소통하는 교육이 훨씬 유용하다고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각자 받아들이는 교육의 방식이 다르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게 있어 인터넷 강의는 지식 면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단지 학점을 따기 위해 점수를 올리는 방법과 요령만 늘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사설기관의 영업행위로 자격증과 학위 남발로 교육의 질이 추락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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