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호 위원장의 사과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황영호 위원장의 사과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11.13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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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보수단체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황영호 청주 청원당협위원장이 충북도민앞에 사과했다.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재 국내 정치상황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행동이다. 개인이나 집단을 불문하고 자신의 과거 잘못을 스스로 끄집어내어 사과하기는 어렵다.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너무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잘못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도 대부분 어물쩍 상황을 모면하는 현세태에서 보기 어려운 광경임에도 분명하다.

황 위원장은 지난 11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진영 간 찬·반 여부를 떠나 절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입장 표명은 오랜 세월 제가 추구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정치적 신념과 스스로의 양심에 따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황 위원장은 지난 2일 청주에서 한 보수단체에서 주최한 정권 규탄집회에 참석해 “미친X” 등 문 대통령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수 차례 쏟아낸 바 있다.

“문재인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물어뜯고 싶고, 옆에 있으면 귀뽀라지(귀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싶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중앙당과 충북도당, 정의당 충북도당은 황 위원장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황 위원장이 정말로 사과할 것이라는 전망은 없었다. 정당 간 으레적 공방으로 치부됐다.

올해 중앙정가에서는 유독 정치인들의 막말이 난무했다. 하지만 처벌되거나 징계를 받은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막말을 한 인사가 해당 정당에서 용기 있는 인사로 대접받는 비상식적인 일도 허다했다. 비상식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막말이 다른 이로 전이될때 막말의 강도는 더욱 커져만 간게 올해 국회고 정치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 위원장의 사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그런데 이런 많은 이들의 전망을 깨고 황 위원장은 공개 사과를 선택했다.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평소 조용하고 합리적인 황 의장의 성품이 그대로 묻어난 기자회견이었다는 관전평이었다.

황 위원장은 여야 또는 의원 간 갈등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 없던 초대 통합청주시의회 후반기 의장을 맡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의회운영으로 호평을 받았던 인물이다. 발언도 명확하지만 언제나 신중했다. 이 같은 언행으로 인해 굳어진 이미지가 `합리적인 성품'이다.

그랬던 그의 입에서 막말이 쏟아지자 많은 이들이 믿기지 않는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믿는 이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제 황 위원장의 막말 논란은 일단락됐다.

신뢰를 받는 사람과 신뢰받지 못하는 사람은 어떠한 잘못된 처신이나 실수에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사후 처리과정에서 어물쩍 덮어버리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람은 지인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렵다. 특히 그 사람이 한 조직의 리더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반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실수를 만회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선보이는 사람은 신뢰를 잃지 않는다. 오히려 신뢰를 더 쌓는 경우가 많다. 실수가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황 위원장의 막말 논란은 그에게 거친 이미지의 형성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도 가져왔지만, 용기 있는 사과로 인해 `합리적인 성품'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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