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낙엽
간신히 낙엽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11.13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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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복 효 근

벌레에게 반쯤은 갉히고
나머지 반쯤도 바스러져

간신히 나뭇잎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죄 버려서 미래에 속한 것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먼 길 돌아온 그래서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듯
언제든 확 타오를 자세로
마른 나뭇잎

# 가을이 질문을 던집니다. 산은 산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햇살은 햇살대로 색과 형태와 세기를 달리하며 질문을 던집니다. 단풍이 들며 바람 한 자락에 후드득 떨어지거나 떨어질 나뭇잎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데군데 구멍 나고 물기 빠진 붉은 잎이 쓸쓸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비움이란 자리와 왕성한 시간을 뒤로하고 근원으로 돌아 기기 위한 잎의 자세가 `간신히 낙엽'인 이유를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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